[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겨울 옷도 꺼내기 전인데 봄ㆍ여름 옷을 내놨다. 트렌드를 반년 앞서가는 패션디자이너들 말이다.
‘2016 S/S 헤라서울패션위크’가 엿새동안(16~21일) 대장정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여유와 낭만의 회복이다. 그동안 ‘놈코어(Normcore)’라는 이름으로 패션계 메가 트렌드를 이끌왔던 실용주의, 스포티즘은 개성 넘치면서도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지극히 절제된 실루엣에 블랙앤 화이트, 혹은 네이비 컬러 일색으로 단조롭고 지루하기까지 했던 런웨이는 기운생동하는 에너지로 가득했다.
아직 겨울 문턱에도 안 갔지만, 봄ㆍ여름 패션부터 일단 챙겨보자. 이번 헤라서울패션위크가 전해준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패션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될 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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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도이, 크레스에딤, 로켓×런치. [사진제공=헤라서울패션위크] |
▶엄숙함 같은 건 버려…이젠 유머를 다시 찾을 때=‘도이(Doii)’와 ‘크레스에딤(CRES. E DIM.)’, ‘로켓런치(ROCKET X LUNCH)’는 화려함 속에 위트를 버무린 컬렉션을 선보였다. 반항기 가득한 어린 소녀의 꿈과 낭만을 재현한 것 같은 무대였다.
크레스에딤은 서커스를 콘셉트로 했다.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아무렇게나 자른 단발머리의 말괄량이 소녀같은 모델들은 싸구려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들고 당당한 캣워크를 보여줬다. “엄숙함 같은 건 이제 갖다 버려!”라고 말하는 듯.
로켓런치는 1980년대 한국 영화인 ‘바보선언(Declaration of Idiot)’에서 영감을 받은 메시지와 비주얼을 컬렉션에 녹였다. 원색 컬러에 피케셔츠, 시어서커 스트라이프 원단 등을 사용해 영화 속 여주인공의 프레피룩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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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셰희진, 곽현주컬렉션, 스튜디오K. [사진제공=헤라서울패션위크] |
▶나이트 가운만 걸친 듯…여유와 너그러움 가득=“이게 왠 잠옷이야”라고 말한다면 이제 당신의 패션 센스를 의심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셰희진(Chez HEEZIN)’, ‘곽현주컬렉션(Kwak Hyun Joo Collection)’, ‘스튜디오K’, ‘로켓런치’ 등이 제안한 내년 봄ㆍ여름 여성복은 속옷에 나이트가운만 걸친 듯 시원하고 여유로웠다. 화려한 패턴과 옐로우 등 원색 컬러는 휴양지에 온 것 같은 무드를 연출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특히 올해에는 제너레이션넥스트 무대에 오른 신진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대단했는데, 그 중에서도 정희진 디자이너의 셰희진은 발군이었다. 매 시즌 동화 같은 콘셉트로 드로잉 패턴을 선보여 온 디자이너는 이번 시즌 회전목마, 팝콘, 풍선 등 놀이동산을 키워드로 톡톡 튀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부드러운 실루엣에 핑크, 스카이블루 등의 컬러와 러플 디테일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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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빅팍, 에이치에스에이치, 알쉬미스트. [사진제공=헤라서울패션위크] |
▶패턴의 충돌, 비대칭 패치워크…개성 넘치는 당당함=꽃, 스트라이프, 체크 등 화려한 무늬와 민무늬가 한 데 어우러졌다. 블랙과 화이트가 강렬한 보색 대비를 이뤘다. 빅팍(BIG PARK), 에이치에스에이치(HEICH ES HEICH), 알쉬미스트(R.SHEMISTE)는 컬러와 패턴을 과감하게 충돌시켰고, 그 속에서 개성 넘치는 당당함을 보여줬다.
빅팍은 ‘잃어버린 정원(Lost Garden)’을 콘셉트로, 모던한 실루엣과 보헤미안 무드의 크로스오버를 보여줬다. 환경 오염으로 돌연변이가 된 변종 식물들의 줄기, 이파리 등을 메인 패턴으로 형태와 구조를 과장하고 해체시킨 룩을 제안했다.
디자이너 한상혁의 에이치에스에이치는 충돌의 대결이었다. 감도 높은 테일러링이 특징인 에이치에스에이치는 이번 시즌 캐주얼한 요소를 한 데 섞었다. 특히 영화 ‘빠삐용’의 죄수복을 연상케 하는 굵은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시각적인 시원함을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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