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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푸드] 日‘누룽지 버거’ 인기…간편 아침식사로 거뜬
카나페·빙수 등 무한변신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청나라 건륭제 때다. 황제는 민심을 살피기 위해 장쑤성에 갔다가 길을 잃고 한 농가에 들어서게 됐다. 배를 곯았던 건륭제를 안타깝게 여긴 아낙은 음식을 대접하려고 했지만 남은 음식이 거의 없었다. 이때 가마솥에 남아있는 ‘궈바(巴, 누룽지)’에 야채국물을 부어 내왔다. 이를 먹은 건륭제는 ‘천하제일요리’라며 치켜세웠다. 허기 때문인지, 맛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중국식 ‘누룽지탕’의 유래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누룽지를 이용한 유명한 음식이 거의 없다. 본래 일본에서는 누룽지가 생기지 않도록 밥을 짓는 것이 미덕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누룽지를 ‘오코게(お焦げ)’라 부르는데, 숭늉처럼 따듯한 찻물에 말아먹거나, ‘센베이(일본 전통과자)’처럼 만들어 간식으로 먹는 정도다. 한국에서 후식으로 숭늉을 먹거나, 밥을 볶아먹을 때 철판에 밥을 살짝 태워 먹는 정도가 일반적인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요즘 일본에서는 누룽지를 이용한 다양한 메뉴들이 선보이고 있다. 칼로리가 그리 높지 않아 아침 식사 대용으로 좋아서다.

다이어트를 하는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누룽지 스프나 ‘누룽지 샌드위치’는 단연 인기다. 특히 누룽지를 멕시코의 타코처럼 동그랗게 펴서 그 위에 야채와 고기 등을 넣고 돌돌 말은 누룽지 샌드위치는 열량이 200~300칼로리 사이를 오간다. 많아도 300㎉를 넘지 않아 타코나 일반 샌드위치보다 낮다.

이밖에도 ‘누룽지 오코노미야끼’, ‘누룽지 까나페’, ‘누룽지 카레’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오코게 버거’의 인기가 높다. 표면을 살짝 태운 누룽지를 햄버거의 빵으로 삼아 미트볼 등 재료를 넣어만든 것이다. 장어나 야끼소바 등 일본인들이 즐겨찾는 가정식 반찬을 패티로 삼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형태는 서양식 ‘버거’지만 핵심내용물은 동양의 식재료들이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치즈 누룽지’, ‘누룽지 빙수’ 등 다양한 요리가 선보여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초콜릿을 덧씌운 ‘초콜릿 누룽지’에서부터 ‘카라멜 누룽지’까지 다양한 디저트 상품이 등장했다.

누룽지는 다이어트 뿐 아니라 수용성 당질과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뇌혈관 질환 예방에도 좋다. 소화기가 약하거나 위장이 음식을 받지 못할 경우 쉽게 먹을 수 있는 식품 중 하나다. 동의보감에는 누룽지를 ‘취건반(炊乾飯, 마른 밥을 불에 굽다는 뜻)’이라 부른다.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못한 후에 식사를 할 때 위와 장을 놀라게 하지 않는 누룽지로 치료하라고 기록하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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