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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중고책 직매입시장 빅뱅, 월 30% 이상 성장하는 곳도
“찾던 책 싸게 득템”“책장 정리에 수입까지 짭짤”

지난해 11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할인 혜택이 최대 15%로 묶이면서 다 읽은 책을 팔고 사는 중고서점을 이용하는 책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1년 남짓된 책을 잘 만 고르면 반 값에 살 수 있고, 신간도 20% 정도는 싸게 살 수 있어 단돈 1000원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가령 지난해 12월 출간돼 여전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경우, 정가가 1만6000원이지만 28% 저렴한 1만1500원에 온라인 중고샵에서 살 수 있다. 소설가 공지영의 에세이 ‘딸에게 주는 레시피’의 경우에는 최고 30% 싸게 구입이 가능하다. 이 뿐만 아니라 중고책 시장은 푼돈도 챙기고 읽은 책을 정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지난 주말 한 온라인 서점의 하루 중고책 매입량은 무려 52만3641종에 달했다.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서점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2011년 종로에 첫 오프라인 중고매장을 연 알라딘은 현재 매장 수가 20개로 늘었다. 매출은 개점 초기 연평균 33% 증가하다가 2014년 13%, 올해는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예스24는 지난 4월부터 중고 직매입 사업에 뛰어들어 ’바이백 서비스’ 오픈 4개월만에 신청 종수와 판매부수가 20배 증가했다. 매출도 매달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바이백 서비스는 당초 예스24에서 구매한 책을 읽고 되팔 때 포인트를 제공하던 제도로 지난해 도서정가제 이후 VIP회원을 대상으로 시험 적용했다가 호응을 얻어 일반으로 확대한 것이다. 후발주자인 인터파크도서는 ’고가 매입‘이라는 광고판을 단 ‘북버스’를 운행하며 직접 책 매입에 나서고 있다. 헌 책이 ’은수저, 금시계 삽니다‘ 식의 대접을 받는 몸이 된 것. 인터파크는 종류와 수량 불문 매입, 베스트셀러 100종 정가 대비 55% 보상, 5000원 도서상품권 증정 등 파격적인 매입가를 내세우며 질주하고 있다. 


중고책 시장에서 매입가를 높게 쳐주는 책은 현재 베스트셀러와 사회 이슈가 되는 책들이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2011년 출간된 ‘체르노빌의 목소리’, 20008년 출간된 김훈의 산문집 ’바다의 기별‘등이 지금 서점들이 애타게 찾는 책들이다.

반면 중고책 베스트셀러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간다. 대부분 과거의 베스트셀러로 구성된다. 많이 팔린 책들이 중고 시장에 다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알라딘 중고서점 베스트셀러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혜민 스님의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라있다. 중고서점 이용자는 20,30대가 중심으로, 그 중 20대 여성의 비율이 가장 높다.

알뜰 독자의 호응을 얻고 있는 중고책 시장이지만 불법 유통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품되거나 재고로 쌓여있는 새 책이 중고책으로 둔갑해 나오는 등 올바르지 않은 경로로 책이 흘러 나오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한 서점 관계자는 “도난이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유출된 책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서점이 책을 구매하는 매입가가 지나치게 싸다는 지적도 있다. 가령 2009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가 된 ‘넛지’의 경우, 현재 온라인 중고샵이나 매장에서 팔 때 책의 상태와 상관없이 1000원 밖에 받지 못하지만, 구매가는 5600원이다. 헐값에 사서 비싸게 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 박익순 소장은 “개정 도서정가제 이후 대형온라인서점이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중고책 시장이 전체 도서유통시장의 10% 내외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며, “공급률 조정으로 구간 도서의 책값을 낮춰서 새 책 판매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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