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40년이 지나도 여전히 파격적…로버트 윌슨의 ‘해변의 아인슈타인’
[사진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헤럴드경제(광주)=신수정 기자] 두명의 배우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원헌드레드, 블랙, 화이트 등 의미없는 단어를 되풀이하는데서 극은 시작한다. 4시간 30분 동안 코러스들은 ‘도레미파솔’을 수십번 반복하기도 하고, 한 여배우는 “나는 너무 일찍 냉방이 된 슈퍼마켓에 있었다”라는 대사를 스무번 넘게 되풀이하기도 한다. 4막에서는 빛으로 된 기둥이 무대 위에 가로로 누워있다 서서히 세로로 세워지는데 10분이 걸린다.

1976년 초연 당시 공연계의 관습과 규칙을 뛰어넘은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이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아시아문화전당은 2015-2016 시즌 프로그램 개막작으로 세계적인 연출가 로버트 윌슨(74)의 대표작 ‘해변의 아인슈타인’을 선택했다. 

관객들은 공연 중간중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공연이 시작한지 한시간만에 나가서 다시 돌아오지 관객도 있었고, 4시간 30분 동안 꼼짝도 하지 않는 관객도 있었다. 끝까지 관람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전체 568석 3회 공연 중 2회가 매진될 정도로 관객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사진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 작품은 초연 후 40년간 세차례 제작돼 79번 무대에 올랐다. 지난 2012년 재공연 때 제작된 무대 세트는 한국 공연을 끝으로 폐기될 예정이다.
로버트 윌슨은 지난 23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0년이 지나도 여전히 파격적인 이 작품의 구조에 대해 도형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4막으로 이뤄진 이 작품에서는 A(기차), B(법정), C(우주선) 세 주제가 음악, 무용, 조명, 무대 등을 통해 제시된다.

로버트 윌슨은 “이 작품은 어떤 스토리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구조는 클래식하다”며 “하나의 주제와 그것에 대한 변주로 이뤄져있어 작곡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추상적인 오페라 등에 익숙하지 않지만 추상적인 방식으로 사고를 한다”며 “이를테면 우리는 해 질 녘 노을을 볼 때 스토리가 없어도 공간이나 변화하는 색 등을 통해 그것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채로운 조명에 따라 변화하는 무대, 의미없는 대사와 움직임의 반복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사진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로버트 윌슨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끊임없이 자극, 메시지가 들어오는 사회”라며 “하지만 이 작품에는 그 어떤 메시지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윌슨은 미국의 현대음악 작곡과 필립 글래스, 안무가 루신다 차일즈와 함께 이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품의 배우들은 2012년 공연 당시 캐스팅됐고 연주자들은 필립 글라스 앙상블, 무용수들은 루신다 차일즈 무용단 소속이다.

한편 로버트 윌슨은 한국 공연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객석에서 젊은 관객들을 많이 봤는데 이건 정말 좋은 징조”라며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스크린을 통해서만 볼 뿐 극장에 가지 않는데 이렇게 많은 젊은 관객이 찾아온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ssj@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