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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뼈엔 당신의 평생 흔적이 담겨있다
실종 미군 유해발굴·분석 전문가신기하고 흥미로운 30가지 뼈 이야기죽은 사람 쇄골로 나이 추정하는 등뼈 생김새로 살아온 이력 알 수있어
실종 미군 유해발굴·분석 전문가
신기하고 흥미로운 30가지 뼈 이야기

죽은 사람 쇄골로 나이 추정하는 등
뼈 생김새로 살아온 이력 알 수있어



‘쇄골 미인’이란 말이 있다. 가느다란 긴 목을 받쳐주는 섬세한 뼈 라인이 미의 기준이 된 것이다.

뼈가 들려준 이야기/ 진주현 지음/ 푸른숲
이 쇄골이 우리 몸 중에서 가장 먼저 생겨나는 뼈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쇄골은 정자와 난자가 만난 지 불과 5주만에 생겨나 서른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다 자란다. 완숙에 이르지 않은 20대초의 쇄골이 예쁜 이유다. 빗장뼈라고 불리는 쇄골은 진화의 오랜 기원을 갖고 있다. 쇄골이 필요없는 말이나 사슴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사람이나 원숭이, 곰처럼 팔을 많이 쓰는 동물과 양쪽 날개를 움직여야 하는 새들에게는 중요한 뼈다. 쇄골은 가장 늦게 붙기 때문에 죽은 사람의 나이를 추정하는데도 긴요하다.
법의인류학자 진주현씨가 쓴 ‘뼈가 들려준 이야기’(푸른숲)는 뼈에 관한 모든 것을 들려주는 교양서로는 유일하다. 자신을 ‘뼈를 찾으러 다니는 여자’라고 소개한 저자의 이력을 보면, 스탠포드와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각각 석ㆍ박사를 받은 뒤, 현재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에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제2차 세계대전 때 실종된 미군 유해를 발굴해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흔히 사람의 뼈는 죽음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무섭고 겁나하지만 ‘알고 보면 신기하고 흥미로운’ 30가지 뼈 이야기는 그야말로 신세계다.

“나는 전쟁 중 실종된 군인들의 유해를 찾는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다정했던 얼굴과 보드라운 살이 다 사라지고 뼈만
남은 채로 자기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수많은 유해들의 이름을 찾아주고 그의 가족을 찾아준다. 나는 이 일이 좋다.”‘(뼈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우선 뼈는 주민등록증이나 마찬가지다. 뼈의 생김새를 찬찬히 살피면 그 사람의 이력이 줄줄이 나온다. 나이와 성별, 키, 직업 등 평생의 흔적이 그대로 찍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뼈가 살아있다는 걸 잊는다. 돌처럼 단단한 물질로 생명력이 없는 것으로 여기지만 한평생 계속해서 세포의 탄생과 사멸이 일어나는 살아있는 조직이다. 이는 뼈가 부러져본 이들이라면 잘 아는 사실이다. 깁스한 채 그대로 있으면 두세달 뒤 뼈가 붙는다. 뼈의 재생과정은 생명의 신비 그 자체다. 뼈 안에 세포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골절이 생기면 그 부근에 있던 골세포가 다른 골세포와 연결이 끊겨 죽는다. 그러면 파골세포가 들어와 죽은 뼈의 세포를 먹어치우고 그 자신도 죽는다. 그런 뒤에야 줄기세포에서 생겨난 뼈 만드는 세포인 조골세포가 뼈 속의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한다. 조골세포는 뼈가 만들어져야 하는 자리에 뼈와 비슷한 성분의 물질인 유골을 계속 분비하면서 지나가고 오랜 시간이 지나 유골이 쌓여 딱딱해지면 뼈로 변하는 것이다. 조골세포는 뼈가 만들어지면 그 속에 갇혀 골세포로 바뀌어 뼈 속에서 뼈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이 끝나는 데에 보통 3~4개월이 걸린다. 이런 뼈의 재형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골절이 생길 때도 똑같이 진행된다.

아이의 뼈와 어른의 뼈 개수에 왜 차이가 날까. 아이는 아직 뼈가 자라고 있어 서로 붙지 않은 상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사람의 뼈에 대한 연구도 흥미롭다. 발굴된 이들의 뼈에는 퇴행성 관절염을 앓았던 흔적이 자주 발견된다. 옛날 사람들이 앓았을 질병 가운데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는 질병 중 하나는 디쉬라고 불리는 척추질환. 우리말로 ‘미만성 특발성 골격 과골증’으로 불리는 이 병은 노인들 10명 중 1명꼴로 발견된다. 대개 허리가 아프거나 몸이 좀 뻣뻣해서 병원에 갔다가 디쉬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촛농이 흘러내린 것처럼 척추뼈들이 서로 붙는 것으로 주로 척추뼈의 오른쪽만 붙는다. 이유는 대동맥이 척추뼈의 왼쪽으로 지나가기 때문이다.

임산부가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는 이유 역시 뼈에 있다. 남성과 여성은 요추 배열에서 차이가 난다. 남성의 요추는 다섯개 중 밑의 두개가 살짝 몸의 아래쪽, 즉 발쪽으로 틀어지면서 골반부분과 연결된다. 반면 여성의 요추는 밑에 있는 세 개의 요추가 훨씬 심한 각도로 아래쪽으로 틀어져 있다. 무게 중심이 모두 요추 바로 아래 놓임으로써 평소에는 물론 임신말기에도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상어 지느러미가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고기의 몸은 단단한 뼈대로 되어 있지만 상어와 가오리는 이빨을 제외하고는 온몸이 연골이다. 더욱이 연골 상태인 뼈에 각종 근육이 연결돼 있다. 따라서 상어는 몸통을 지탱하는 갈비뼈가 없기 때문에 물 밖으로 나오면 자신의 몸무게에 눌려 버린다. 연골은 뼈가 아니다. 우리 몸에서 쉽게 만질 수 있는 연골은 말랑말랑한 귀다.

책은 모두 4장으로 이뤄져 있다. 1장에서는 우리 몸에서 뼈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우리 몸을 구성하는 중요한 뼈에 관한 이야기를, 2장은 뼈 속 물질과 유전자 이야기로 뼈 속 성분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골다공증, 결핵, 구루병, 피부암 등의 질병을 통해 설명해 나간다. 3장은 5억년 전 탄생한 척추동물의 흔적부터 최근 발견된 인류 진화 화석까지 진화 연구를 진일보시킨 중요 장면들을 추적했다. 4장은 저자의 전공인 죽은 뼈를 통해 신원을 밝히는 과정을 담았다. 과학적, 인류학적 지식과 생생한 에피소드가 끊임없이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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