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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U+ “방빼고 처음부터” VS SKT “먼저 살던 사람 임자”…이통사 ‘주파수전쟁’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원래 나라가 주인인 땅이 있다. 몇 사업자들이 이 땅을 한시적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나라에 돈을 내고 빌려 매장을 차렸다. 시간이 지나 약속했던 기간이 다하고 임대 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왔다. 그러자 문제가 생겼다. 이 땅을 사용하지 않던 또 다른 사업자가 “원래 계약대로 나라가 마땅히 회수하고 다시 경매에 붙여 최고값을 부르는 사업자가 쓰도록 해야 한다, 그게 나라로서도 이익”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원래 땅을 사용하던 사업자는 “우리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던 곳이니 우리에게 다시 우선 임대하는 것이 맞다”고 맞섰다. 경매를 주장하는 사업자는 “땅의 이용을 원하는 모든 사업자가 경쟁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한 룰, 특정 사업자가 계속 점유하도록 우선권을 주는 것은 특혜”라고 논리를 댄다. 반면 재임대를 원하는 사업자는 “우리가 사용하던 땅을 잃게 되면 매장 설비는 무용지물이 되고 다른 땅에 추가 비용을 들여 설치해야 한다, 그동안 매장을 이용해왔던 손님들도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명분을 내세운다. 하버드 정치학자 마이클 샌델 식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올만한 딜레마다. 

2.1㎓ 대역의 주파수 배분 현황. 박스 위의 수치는 하향(기지국→단말기) 주파수, 아래 수치는 상향(단말기→기지국) 주파수 대역. 상향 수치 중 SK텔레콤과 KT가 사용 중인 2120~2170이 오는 2016년 12월 기한이 종료되는 대역폭이다. 2.1㎓대역에서는 50㎒가 해당되지만 하향 대역(50㎒)과 합쳐 100㎒가 된다.

실제로 국내에서 주파수를 두고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내년 12월 사용기간이 종료되는 2.1㎓ 대역의 이동통신용 주파수 중 100㎒ 폭의 배분 방식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되는 100㎒ 폭은 현재 SK텔레콤이 60㎒ 폭(LTE용 40㎒+3G용 20㎒)을, KT가 40㎒폭(LTE용 20㎒+3G용 20㎒)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해서 LG유플러스는 대체대역이 없는 3G용 40㎒를 제외한 60㎒는 모두 회수해 경매에 붙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SK텔레콤은 이 대역의 주파수를 기존 사업자에게 ‘재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매냐 재할당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미래창조과학부다. 미래부 관계자는 “다양한 방식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미래부가 이용기간 종료에 따른 회수 대상 100㎒ 폭 중 20㎒ 폭만 회수해 경매에 부치고 나머지 80㎒ 폭은 기존 사업자한테 재할당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재할당은 특혜”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대역은 이미 SK텔레콤과 KT가 2001년부터 15년간 쓰고 있기 때문에 재할당이 되면 최소 10년이 연장돼 총 25년을 특정 사업자가 독점하게 된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핵심대역에 신규로 진입하려는 사업자는 참여 자체가 박탈되고 기존 사업자가 우량 주파수를 경쟁 없이 장기간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주파수 독과점 현상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는 또 재할당의 경우 통신사의 이용대가를 재산정한다고 해도 경매 방식보다는 현저히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조원의 국고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이용자 보호”를 명분으로 재할당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업계 1위의 사업자로서 현재에도 가입자 대비 LTE 주파수 보유량이 경쟁사에 비해 60~70%에 불과해 불균형이 심각한데, 재할당이 불가할 경우 기존 1천만 이상의 가입자들의 불편이 초래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대역으로 대체하더라도 신규 설비를 위한 추가 비용이 필요하고, 1년 이상의 건설 시간이 필요해 결국 이용자 부담이 높아지고 일정 기간의 통신 품질저하를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두 통신사는 ‘공정 경쟁’과 ‘이용자 보호’라는 명분 싸움을 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주파수 확보 전략에서 우위를 다지기 위한 경쟁이라는 측면도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해당 대역에서 경매에 참여해 원래 갖고 있던 LTE용 20㎒의 인접 대역 20㎒를 추가로 확보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현재 SK텔레콤이 가진 대역폭이다. 그런데 미래부가 20㎒만 경매하면 후발 주자인 LG유플러스는 1위 업체인 SK텔레콤에 자금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60㎒대역폭 전체를 경매에 부치면 SK텔레콤이 원래 갖고 있던 주파수를 지키기 위해 모든 대역폭에서 경매에 참여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자금경쟁이 분산돼 LG유플러스의 인접대역 20㎒에서의 경매 경쟁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두 통신시간 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미래부가 자초한 측면도 크다. 지난 2013년 12월 발표된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에서는 “2.1㎓ 대역 이용기간 만료(2016년 12월) 주파수 100㎒폭을 회수하여 3G 이상 허용을 통해 최소 60㎒폭을 LTE용으로 재활용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신규 할당과 재할당, 경매 방식 관련 전파법도 모호해 같은 법규정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미래부는 해당 대역을 포함해 700㎒, 1.8㎓, 2.6㎓, 2.5㎓ 등의 대역에서 총 260㎒ 폭의 주파수를 내년 상반기 할당할 계획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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