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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깡통전세’ 우려 아닌 현실이 됐다
[헤럴드경제=박일한ㆍ박병국 기자] #.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4계. 중구 신당동 ‘마이스터빌’ 아파트 전용 244.31㎡가 12억2611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15억원인 이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81.7%로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 아파트 세입자인 김모씨에게는 최악의 사태였다. 근저당권을 먼저 설정한 농협에서 낙찰액을 모두 가져가 배당받을 수 있는 돈이 하나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임대 보증금 2억4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깡통 이미지. [사진출처 123rf]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대출금과 임대보증금을 다 갚지 못하는 일명 ‘깡통주택’이 세입자 위기로 현실화하고 있다.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받을 수 없는 ‘깡통전세’발 위기다. 특히 수도권 평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70%를 넘으면서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서울시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가 지난 9월1일부터 집계한 상담 문의 통계에 따르면 이달 21일까지 총 33건의 상담이 세입자 처지에서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임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었다. 이틀에 한번 꼴로 경매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입자가 경매에 넘어갈 경우 우선순위를 확보하기 위해 ‘확정일자’를 받았지만 여전히 불안해 하며 보증금을 다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상담이 가장 많다”고 전했다.

최근 있었던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 전용 84.2㎡ 경매는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사례다. 박모씨는 올 3월 보증금 3억원에 세입자로 들어왔다. 전입하자마자 ‘확정일자’를 받았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는 이미 은행으로부터 3억69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등 선순위로 잡혀 있던 채권이 6억6000만원 이상이었다. 경매에 넘어갈 경우 감정가(6억2000만원)에 낙찰돼도 세입자가 받을 수 있는 돈이 남지 않았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경매로 결국 넘어갔고 5억1000만원에 낙찰됐지만 박씨는 보증금 3억원을 모두 날렸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장은 “전셋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선순위근저당’을 감수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를 찾아 들어갔지만 결국 큰 피해를 입은 경우”라면서 “전세가율이 높은 집인데 집주인이 빚이 많다면 세입자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경찰에 구속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경북 청도경찰서에 따르면 김모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빌라 9채를 11명에게 임대하며, 전세보증금 5억9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김씨는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빌라 9채를 구입했으나, 대출금 등을 갚지 못했고 결국 빌라가 경매에 넘어갔다. 세입자들은 전세 확정일자를 설정했음에도 전세보증금을 대부분 돌려받지 못했다. 김씨는 경찰에 “돈이 안 돌았을 뿐 고의는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깡통전세에 거주하는 세입자는 보증금을 낮춰 일부를 월세로 내거나, 전세권 설정,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 등을 통해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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