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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박일한] 현실화된 ‘주택 과잉공급’ 공포 이기는 법
최악의 전세난과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로 2006년 호황기 수준의 주택 매매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는 주택시장에 최대 복병이 나타났다. ‘주택 공급 과잉’ 공포다. 주택이 수요보다 훨씬 많이 공급돼 향후 집이 남아 돌면서 시세가 폭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공급 과잉은 이미 현실이 됐다. 건설사들은 이미 지난 9월까지 33만8000가구 분양했다. 작년 한해 전체 분양한 규모(33만1000가구)를 7000가구나 넘어선 것이다.

건설사들이 올해 10~12월 분양예정으로 잡아 놓은 물량을 더하면 올해 총 48만9000가구(수도권 27만7000가구)의 새 아파트가 분양된다.

정부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예상한 연간 국내 주택 총수요는 39만가구(수도권 22만가구)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인구구조, 가구수 변화 등을 고려해 판단한 연간 주택수요보다 올해 10만가구 ‘과잉’ 공급된다는 이야기다.

이보다 더 공포를 느끼게 하는 통계치도 있다. 건설사는 아파트 분양사업을 위해 정부에 사업 ‘인허가’ 신고를 해야 한다. 이 수치가 올해 9월까지 50만가구가 넘었고, 연말까지 70만가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치다. 이는 사실 어마어마한 것이다.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7년 이후 딱 한해 도달했던 기록이 있다. 분당, 일산 등 수도권5개 신도시를 포함 200만호 주택공급 건설계획을 세웠던 1990년 한해뿐이다. 

주택이 수요보다 과잉 공급중인데도 요즘 분양시장이 들썩들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인기 높은 주요 지역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웃돈을 받고 팔려는 사람이 분양시장을 기웃하고 있다는 게 분양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러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아파트가 준공돼 입주하는 2017년 이후 주택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집값 폭락 시나리오가 있다. 입주 시기까지 분양권을 처분하지 못한 사람들이 늘면서 미입주단지가 급증하고, ‘하우스푸어’가 다시 확대된다. 주택가격은 하락해 분양가 이하로 시세가 떨어진 아파트가 즐비하다.

반면, 큰 문제 없다는 입장도 있다. 1~2년 주택공급이 늘어난다고 주택공급 과잉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주택공급이 늘어난 건 2010~2013년 30만가구도 못될 정도로 공급이 적었던 데 따른 것이며, 5~10년간 중장기 관점에서 평균을 내면 연간 주택공급량은 주택수요량과 비슷해진다는 주장이다. 내년 이후 주택 공급이 다시 줄면 주택공급 과잉 우려는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어떤 쪽 의견이 맞을까.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 주택수요와 공급은 경기 동향, 가계부채 증가추이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어떤 해엔 더 몰리기도 하고 어떤 해엔 더 줄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변 분위기에 휩싸여 무리하게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도 잘못이지만, 막연한 공포감으로 힘겹게 세운 내 집 마련 계획을 포기하는 것도 문제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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