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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정덕상] 작은 사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감상
말꺼내기 난처한 가을을 보낸다. 대한민국의 위대한 압축성장을 꺼내면 친일파, 민족과 통일을 말하면 종북이 되는 프레임에 갇혔다. 결실과 동시에 상실의 계절, 가을 만큼이나 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같은 듯 전혀 다르다.

19일 OECD ‘2015 삶의 질’ 보고서는 한국인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5.8점이라 했다. 34개 회원국중 27번째다. 아빠들이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은 하루에 고작 3분이고, 나이가 들수록 불행은 증폭된다.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 친족은 사방을 둘러봐도 찾아보기 힘든, 사회관계망 꼴찌였다. 600만명이 영화 ‘사도’를 보면서 아픈 가족사에, ‘국제시장’의 위대한 아버지와 끈끈한 가족애에 공감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한국의 가장들은 정작 중요한 가족과 친구를 잃고 있었다. ‘열심히 일단 당신이 떠나려고’할때마다 맥풀리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보고서다. 자살률 1위, 노인빈곤 1위 등등. 상실감을 증오의 에너지로 견딘다. 캣맘, 다정히 서 있는 연인, 아내 남편 자식 정치인만 봐도 증오 기재를 가동한다.

작은 사치, 이런 증오의 시대에 권해본다. 한때 SNS를 타고 전세계인에게 감동을 준 동영상이다. 

2010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유고 태생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vorovich)의 행위예술이다. 관객과 눈빛만으로 1대 1 소통하는 기념비적 프로젝트였다. 타인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다는 아이디어였다. 1분간의 대화, 그 짧은 관심과 사랑에 관객은 눈물을 흘린다. 736시간 동안 뉴욕 시민의 수보다 많은 850만명이 관객이 됐다. 하이라이트는 이 장면이다. 눈을 감고 관객을 기다리는 마리나 앞에 초로의 남자가 앉는다. 평온했던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고, 남자는 으쓱한다. 마리나의 고인 눈물이 떨어지면서 탁자 위로 손을 뻗고, 남자는 손을 마주잡는다. 둘이 웃는다. 그녀가 내민 손을 거둬들이자, 그는 다시 떠났다.

그는 10년간 마리나의 연인이자 예술동료, 울라이였다. 1988년 울라이는 고비 사막에서, 마리나는 황해에서 출발해 90일 동안 약 2500㎞를 걸어서 중국 만리장성의 한가운데서 만나 헤어졌다. 그 퍼퍼먼스는 ‘The lovers(연인들)’였다. 기적같은 22년만의 해우도 1분의 만남과 헤어짐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사랑의 에너지를 주고 싶다던 마리나 역시 타인의 사랑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찰라의 순간, 둘은 눈빛으로 22년의 세월을 이해했다.

넌즈시 바라보는 시선, 그것도 정치다. 패자도 승자도 불분명한게 정치여야 한다. 
역사논쟁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ㆍ공공ㆍ교육ㆍ금융 등 ‘기념비적’ 4개 국정개혁이 표류할까 우려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혁의 길은 힘들지만, 후손을 위해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도 했다. 역대 정권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과제들이다. 이해집단의 설득과 함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동력을 분산시키지 않는 길은 선택과 집중이다.

역사논쟁의 끝이 꼭 2017년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도 역사논쟁을 벌였지만, 시기를 못박고 싸우지는 않았다. 대처 수상이 “대영제국의 위대한 역사를 재조명하자”고 시작된 영국의 역사논쟁은 1981년 본격화해서 2000년 국가교육과정 도입으로 끝났다. '임기내 도입'은 역사를 바로세우려는 진정성에 오해를 부를 수 있다.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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