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역사의 민낯-승정원일기 35]박문수, 연석(筵席)에서 추고(推考)를 받다.
영조 32년 4월 24일 박문수가 죽었다. 이날 실록에는 그의 졸기(卒記)가 실려 있는데, 다음과 같은 사평(史評)이 포함돼 있다. “연석에서 더러 골계적(滑稽的)인 말을 하였고 행동이 거친 병통이 있었다.”

그가 연석에서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했기에 위와 같은 평을 받은 것일까? 연석은 왕과 신하가 모여 국가의 크고 작은 일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곳에서 신하들은 말이나 행동을 조심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 오늘날 시말서를 쓰는 정도의 ‘추고’라는 처벌을 받았다. 《승정원일기》의 연석 기사에서는 박문수가 추고를 받는 장면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이정제: “박문수는 안연석의 불법적인 일을 설명하기 위해 소매에서 전복을 꺼내 올리기까지 하였습니다. 지존 앞에서 이 얼마나 경솔한 행동입니까? 추고하소서.”

박문수는 연석에서 말을 가려 하지 않았다고 해서 수시로 추고를 받았는데, 그가 한 말은 이렇다.

“대각(臺閣)에 있는 자들은 행여 정권을 잡은 자의 뜻을 거스를까 노예처럼 굴며 입을 다물고만 있습니다.”

“근래 탕평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거짓 탕평입니다. 지평 한 자리, 옥당 한 자리도 끝내 영남(嶺南)을 넘지 못하니 이러고도 탕평이라고 하겠습니까? 만약 이런 식으로 한다면 나라는 틀림없이 망할 것입니다.”

그의 비유는 과격하였고 비판은 직설적이었다. 허물을 통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연석에서 추고를 받았던 행동과 말을 통해 박문수의 진심과 됨됨이를 알 수 있다.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오재환>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