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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역사 교과서
역사 교과서 논쟁이 한창이다. 둘로 나뉘어 팽팽하다. 국정이냐, 검인정이냐의 대립이다. 보수와 진보가 갈렸다. 블랙홀이다.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갔다. 국가적 소모전이다.

어쨌든 정부는 국정교과서 도입을 결정했다. 책 쓸 사람을 찾아야 한다. 여기저기서 두 손 들어 마다하고 있다. 국민의 절반이 반대하는 일에 선뜻 나설 이 누구이겠나.

역사학자의 책임은 엄중하다. 위대한 역사기록은 대대손손 기려진다. 그런 책이 몇 권 있다.


사마천의 ‘사기’. 이 책 없이 중국 역사를 논할 수 없다는 고전이다. 사마천은 자신의 남성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책을 썼다. 무려 53만자, 130여 책에 달하는 대작이다. 토사구팽, 금의환양 등 우리가 아는 수많은 고사성어의 출처이기도 하다.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영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역사서 중 하나로 꼽힌다. “역사 공부는 기번과 함께 시작하기로 했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기 시작했다. 나는 즉시 그 내용과 문체에 압도당했다”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이 책은 이제 고전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있다. 역사시간에 많이 들어본 안정복의 ‘동사강목’(東史綱目). 그가 밝힌 편찬 동기는 울림이 있다. “우리나라 역사책들은 사료 수집이 철저하지 못했고, 서술이 요령을 잃었으며 의례(義例)에 어긋났고, 시비를 가리지 못했다”

이런 책들의 진정한 가치는 객관적이고 엄정한 시각, 그리고 사실적 기술에 있다.

철학자 볼테르는 ‘신성로마제국’ 명칭을 이렇게 꼬집은 바 있다.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와도 무관하며, ‘제국’도 아니다”

‘새 역사교과서’가 “새롭지도 않고, 제대로 된 역사기술도 아니며, 심지어 올바로 이끌어주지도 못하는 책”이 되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김필수 라이프스타일섹션 에디터/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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