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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벤스 조선인 그림, 조선인 아니다?
[헤럴드경제] 미국 로스앤젤레스 게티미술관에 소장된 바로크형식의 거장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의 소묘 작품 주인공은 현재까지 알려진것과는 달리 조선인이 아니며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인물도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술사학자 노성두 씨는 월간 독서신문 ‘책과삶’ 10월호에 ‘게티 소묘는 안토니오 코레아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게티미술관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작품 제목을 1617년경 제작된 ‘조선 복식을 입은 남자’(Man in Korean Costume)로 소개하고 있다.

작품과 관련해선 곽차섭 부산대 사학과 교수의 ‘조선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푸른역사)가 2004년 출간된 바 있다.

플란더즈 화풍으로 잘 알려진 거장 루벤스(1577~1640)의 그림 `한복을 입은 남자(A Man in Korean Costume)`

노씨는 18일 “이 책에선 소묘의 주인공이 여러 해 사용해 둥글어진 조선 시대 방건을 쓰고 있고 그가 조선 철릭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는 다른 학자의 의견 등을 들어 조선인이라는 견해를 밝혔지만 방건은 원래 네모난 모양이고, 조선 철릭은 목에 동정을 대는데 소묘에선 이것이 없고 넓은 깃이 강조됐다”고 반박했다.

노씨는 “작품 주인공이 처음에는 중국인으로 알려졌다가 머리에 쓴 관모가 조선시대 방건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조선인으로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방건은 네모난 상자 모양으로 납작하게 접을 수 있고 사각이 편평한 형태다.

노씨는 “소묘 주인공이 쓰고 있는 관모는 각진 형태가 아니라 위가 넓어지는 원통형”이라며 “방건을 쓰기 전에 두르는 망건도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선시대 널리 입었던 철릭은 그 길이가 짧아 무릎뼈 아래까지 올라오지만, 소묘 속 철릭은 길이가 길어 중국식 철릭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노씨는 설명했다.

노씨는 소묘를 그린 종이 위아래가 약간씩 잘려나간 것으로 보고 그 부분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 위가 넓은 원통형의 관모는 끝 부분이 둥글게 마감돼 있어조선 방건과는 모양이 달랐다고 주장했다.

소묘의 주인공은 그동안 임진왜란 때 포로가 돼 일본을 거쳐 이탈리아 상인에게 노예로 팔려간 것으로 추정된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인물로 알려져 왔다.

노씨는 이에 대해 “늑막염을 앓고 경제사정도 어려웠던 루벤스가 제단 그림을 다시 제작하는 작업으로 분주한 가운데 잠시 한눈을 팔면서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중국인을 제쳐놓고 유럽 전체에 겨우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조선인을 굳이 수소문하고 찾아내 모델을 서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추론”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작품 제작 시기는 기존에 두 사람의 로마 체류기간이 겹치는 것으로 알려진 1607~1608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씨는 “학계 추정대로 루벤스의 소묘가 대형 제단화의 준비 그림이라면 제작 시점을 1617년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조선인일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며, 조선인 노예 출신인 안토니오일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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