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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물 풍년 거래 가뭄…대구 부동산 꺾이나
이상 징후 보이는 대구 지역 가보니

3년간 아파트 매매가 34% 급등
9월 거래량 한달전보다 22%감소
“매물 속출하는데 팔리지 않아”
지나친 가격상승 피로감 반영된듯


동대구역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수성구 만촌동. 아파트 상가 중개업소 유리창엔 A4용지에 인쇄된 매물표 20여장이 촘촘히 붙어있었다. 대개는 매매 물건들. 전세ㆍ월세 매물은 적었다. 집주인들이 팔겠다고 내놓은 매물 가운데엔 ‘급매’가 적힌 것들도 많았다. 호가(4억~5억원)만 보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과 괴리가 없었다. 한 부동산 사무실은 허리 높이부터 머리 높이까지 매물표로 도배(?)했다. 업소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지난 3년간 대구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34.45%(KB국민은행 통계) 올랐다. 특히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는 40.15%나 뛰었다. 이 기간 서울의 아파트값 변동률이 1.80%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온도 차는 분명하다.

이처럼 독보적인 집값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대구에서 최근 이상 징후가 불거졌다. 매달 수천건 씩 이뤄지던 아파트 매매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구에서 만난 사람들은 시장 상황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는데 대체로 동의했다.


공인중개업소들은 매물은 풍년, 거래는 가뭄인 상황이다. 수성구의 권오인공인의 권오인 대표는 “집주인들은 ‘무릎까지 내려가기 전에 어깨에서라도 팔자’며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그가 손으로 기입한 매물 장부를 꺼내 보여줬다. 주변 아파트에서 나온 물건이 면적별로 분류돼 있었다. 인근 대단지인 ‘메트로팔레스’의 매물은 8월 초에 중소형 면적 기준 2~3건에 그쳤다. 하지만 8월 20일 이후로 등록 매물이 늘어나더니 현재 전용 74~84㎡은 20건 이상 목록에 기록돼 있다.

권 대표는 “일반 수요자들은 집값이 지나치게 올랐다고 보고 내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심산이다. 실제 8월부터 주택거래량이 꺾였다”며 “앞으로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의 주택 거래량(매매)은 3600건으로 한달 전보다 22.0% 빠졌고 1년 전에 비해선 17.0% 줄었다. 아파트 거래량만 떼어 보면, 9월에 637건 거래가 돼 1년 전(3148건)보다 80% 가까이 감소했다.

범어동 한 중개업소에서 최모(39ㆍ여) 씨를 만났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뒀다는 그는 “수성구 범어동은 학군이 좋아서 아이들 공부시키기는 좋은 곳인데 부모들이 집을 사기엔 가혹할 정도로 비싸 엄두도 안난다”며 “나중에 집값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전세도 불안하다”고 했다.

그곳 중개업소 대표는 “범어동 SK뷰는 84㎡의 매매 호가가 7억원에 근접했다”며 “이러니 수요자들은 전세도 불안하다며 월세나 반전세를 찾고 있다. 요즘 입주 중인 ‘e편한세상 범어’의 경우 이번 주말에만 20팀이 집을 보러 오겠다고 신청해놨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 전역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이 등장한 상태다. 시장 상황이 좋기 때문이다. 현재 29곳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대부분이 올해 첫 발을 뗀 곳들이다. ‘명문 학군’이나 ‘시세 차익’을 강조한 현수막이나 홍보전단도 길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거래 열기가 식고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면 이런 사업장들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최병련 지부장은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근거를 알 수 없는 내용들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는 건 분명 문제다.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선 중앙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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