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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사는 원래 대박이다
10월은 완연한 ‘결실의 계절’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땀 흘려 일군 각종 농작물을 거두느라 몸은 고되고 마음은 바빠진다. 그래도 늘 풍성한 결실을 얻게 되니 수확의 기쁨과 함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미 초가을에 거두어 처마 끝에 매달아놓은 옥수수를 보고 있노라면 여간 뿌듯하지 않다. 유기농업으로 키운 필자의 옥수수는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이 미니 옥수수 한 자루에서 과연 몇개의 알갱이가 나오는지 직접 까서 세어보았다. 대략 300~500개 된다. 옥수수 한 알을 심어 300~500배를 거둔 것이니 농사는 대박임에 틀림없다.
곧 수확시기가 다가오는 콩(오리알태)은 또 어떤가. 줄기는 커가는 대로 내버려두었더니 고구마 덩굴처럼 길게도 뻗었다. 콩알이 들어있는 두툼한 콩꼬투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하루가 다르게 속을 채워가는 김장배추와 몸집을 키우는 김장 무 또한 대박이다. 씨앗을 뿌려 무를 거두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잘 알겠지만, 무 씨앗은 너무 작아서 손으로 하나씩 골라내 심기가 불편할 정도다. 그렇게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쑥쑥 자란다. 이후 수확 때가 되면 어른 종아리만한 대물로 거듭난다. 진정 생명의 경이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대다수 농부들에게 대박농사는 대개 여기까지다. 이렇게 거둔 농산물을 팔고자 하면 대부분 대박은 커녕 쪽박만 차지 않으면 다행이다. 농부들은 풍년이 들면 가격이 되레 하락하는 ‘풍년의 역설’에 눈물짓기도 한다.
2014년 우리나라 농가(112만1000가구)가 농축산물을 판매해 얻은 농업소득은 평균 1030만원이다. 연 평균 농가소득(3495만원)의 29.5%에 불과했다. 연간 농축산물 판매액이 1억원이 넘는 억대농가는 전체의 2.7%, 5000만원이 넘는 농가는 7.7%에 그쳤다.
귀농ㆍ귀촌 열풍시대에 시사하는 바 크다. 사정이 이러하니 농작물 생산ㆍ재배에 초점을 맞춘 ‘1차 산업 농업’으로는 먹고 살기가 고단할 수 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농민들 입장에서는 ‘소득대박’이 아니라면 ‘농사대박’은 실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농업소득에 얽매이지 않은 도시농부와 귀촌농부들은 어떨까. 이들이야말로 가을 수확물을 통해 농사는 대박임을 만끽할 수 있다. 텃밭농사만 지어도 가을철 거실과 곳간에는 수확한 농산물이 수북이 쌓인다. 일부 주변에 나눔하고 팔수도 있다. 친환경 유기농업으로 거두었다면 부자들의 값비싼 식탁도 별로 부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농사가 원래부터 대박임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도시농부와 귀촌농부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무려 300~500배(필자 옥수수를 예로 들자면)를 안겨주어도 너무 적다고 불평한다. 급기야 더 많이 거둬들이기 위해 화학비료를 주고 농약을 뿌려대기도 한다.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듯하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고 했다. 농사 또한 욕심을 비울 때 비로소 옥수수 한 자루가 주는 진정한 수확의 기쁨과 감사의 의미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
풍요로운 이 가을, 행복한 인생2막을 위해 전원으로 들어오는 귀농ㆍ귀촌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에게 농사는 원래 대박임을 잊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이는 필자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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