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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너진 주거 사다리] 월세 거래 사상 최대…서민삶 더 팍팍해졌다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경기도 화성에서 전세금 1억4000만원짜리 아파트(전용 84㎡)에 사는 임모(38ㆍ여) 씨는 지난달 7월 주인으로부터 전세금 5000만원을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사를 고민하던 임 씨는 200만원을 웃도는 이사비용과 아이 학원문제 등을 고려해 5000만원 대신, 매달 25만원의 월세를 내는 조건으로 결국 재계약을 하기로 했다. 임 씨는 “기존에 나가지 않던 돈이 갑자기 나가게 된만큼 외식비 등 생활비를 줄이는 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급격한 월세전환으로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월세비중은 매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싼 전세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월세로 내놓는 것은 ‘집주인의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세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월세전환을 늦추기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월세전환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월세폭탄’에 세입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월세전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의 월세 거래량은 4160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 1만1459건의 36.3%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세 비중이 36%를 넘어선 것은 서울시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난 1월 27.8%에 불과했던 월세 비중은 매달 증가해 9월 기준으로 8.5% 포인트나 늘어났다.

구별로 보면 전세거래량에 육박하는 지역도 많다. 종로구의 경우 월세 비중이 49.4%를 기록했고, 중구 43.4%, 성동구 43.1% 등도 40%를 훌쩍 넘어섰다. 동대문구, 강남구, 관악구, 영등포구 등도 월세 비중이 40%를 넘어간 상황이다.

월세 비중이 전세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문제는 급격한 월세전환으로 갑자기 늘어난 주거비에 ‘무방비’로 노출된 세입자들이다.

지난 7월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서 보증금 3000만원에 월 20만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 이모(26) 씨는 “1000만원에서 50만~60만원씩 하는 집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그나마 반전세라도 찾아서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월세는 ‘그냥 나가는 돈’이지 않느냐. 그 돈만큼 내 미래가 없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강서구 화곡8동의 도시개발공인의 선병군 대표는 “급격한 월세전환은 특히 자영업을 하는 세입자들에게 크게 다가 온다”면서 “경기가 전반적으로 안좋아지면서 사업도 안되고 월세충당을 못해 세가 몇개월씩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이 월세로 재편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전환속도를 조금씩 늦추는 등 과도기적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전세가 우리나라 밖에 없는 제도지만 우리나라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해온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전월세 전환의 과도기적 상황에서 정부는 서민들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전환 속도를 둔화시키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혜현 센추리21코리아 전략기획실장은 “서민들의 소득은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주거비 부담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도입을 통해 적어도 한곳에 4~5년 등은 살수 있게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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