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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너진 주거 사다리] 내 집이요? 과감히 포기합니다
-월세 - 전세 - 내집마련 코스 옛말
-희망을 잃은 주택수요자들 넘쳐나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10년 동안 직장생활 했는데 집을 사려니 가진 돈만큼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앞으로 돈을 잘 번다는 보장도 없고 죽을 때까지 벌어도 (은행 대출 생각하면)내 집 아니네요. 과감히 포기합니다.”(아이디 초랭이2)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클량(www.clien.net) 게시판에 13일 올라온 글의 일부다. 순식간에 수천 클릭을 기록하며 댓글 토론이 벌어진다. 요즘 인터넷 포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이런 토론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포털 검색어에 ‘내집마련 포기’만 쳐도 구구절절한 사연이 넘친다. 인터넷 뿐 아니다. 여러 외국인이 출연해 자국의 문화와 한국에 대해 수다를 떠는 한 ‘토크쇼’의 최근 주제는 ‘내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싶은 나, 비정상인가?’였다. 

저 많은 집 중 과연 내 집은 있을까. 저 많은 집 중 내 집은 왜 아직 없을까. 아파트 등 서울 전역 주택을 남산에서 내려다본 적 있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머릿속을 스친 생각일 것이다. 최근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면서 주택 문제에 관한한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이에 옛날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내집마련으로 이동하는 ‘주거 사다리’가 완전히 끊겼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각종 통계에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드러난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주택 보유’ 계획을 가진 가구 비율은 2010년 83.7%였는데 2014년엔 79.1%로 떨어졌다.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건 갈수록 어려워진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6월 전국 주택 평균 PIR(Price to Income Ratioㆍ가구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5.2배로 통계작성을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다. 서울 평균 주택 PIR은 9.4배나 된다. 무주택자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9.4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분위기로 전체 가구중 자기 집을 가진 가구의 비율은 의미하는 ‘자가보유율’은 지난해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58%까지 떨어졌다. 2006년엔 61%였다. 이 수치가 놀라운 건 같은 시기 전체 가구수 대비 주택수를 의미하는 주택보급률은 98.3%에서 103.5%로 늘었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은 늘었는데 자가보유율은 떨어진 건 다주택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2006년과 2014년 사이 소득계층별 자가보유율은 저소득층은 52.6%에서 50%로 내려갔는데, 고소득층은 76.8%에서 77.7%로 올랐다.

자가보유가 어려워지는 것은 우리나라 임차가구(전월세 포함) 소비지출의 절대규모가 주거비용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임차가구의 소비지출 가운데 주거비 부담은 34.5%로, 2010년 30.4%에서 4.1%포인트나 상승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임차가구의 실질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주거비 부담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모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임차인 보조금 확대 등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베이부머 세대와 같이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내집 마련으로 옮아가는 ‘주거 사다리’가 끊긴 것”이라며 “주거비 부담 증가는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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