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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10 임산부의 날]1시간 체험 해보니…“임산부 배려없는 사회”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걱정했던 것 보단 가볍다’는 생각이 깨지기까진 채 15분이 걸리지 않았다. 10㎏의 ‘임신체험복’은 온 몸을 옥죄는 작은 감옥이었다.

어깨와 복부를 짓누르는 무게는 첫 5분동안은 ‘깃털’이었지만, 이후 점점 무거워지더니 나중엔 ‘돌덩이’처럼 느껴졌다.

10월10일 제10회 임산부의 날을 이틀 앞둔 8일, 본지 기자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를 찾았다. 

10월10일 제10회 임산부의 날을 이틀 앞둔 가운데 본지 기자가 8일 송파구 장지동의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를 찾아 임신체험복을 착용했다. 기자는 이날 임신체험복을 입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1시간 가량 임산부 체험을 진행했다.

저출산 시대를 타개할 역사적 임무(?)를 부여받은 임산부들이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을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정부의 공언대로 맘편하게 애 놓고 키울 수 있는 여건은 고사하고, 임신 기간동안 겪은 불편함에 다시는 애갖기 싫다는 하소연이 사실인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이에 기자는 임신체험복을 입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1시간 가량 임산부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임신체험복은 ‘아기띠’ 형태로 배와 가슴에 총 10㎏의 장치들이 달려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여성이 임신을 하면 이 정도의 체중이 배와 가슴 등에 붙는다”고 설명했다.

사실 기자는 척추측만증 때문에 예전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임신체험복 착용 후 10분이 지나자 허리에 둔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다보니 자연스레 허리로 모든 무게가 가해졌기 때문이었다.

비단 척추측만증이 아니더라도, 센터에서 만난 임산부들은 “임신 후 요통을 앓는 건 흔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고작 배에 둥그런 것을 하나 더 얹었을 뿐인데 걷는 속도가 현저히 낮아졌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건 더욱 힘들었다.

내려갈 때마다 무릎에 하중이 쏠려 절로 시큰거렸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커다란 ‘배’ 때문에 허리를 숙여 뭔가를 줍거나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등 자세를 쉽사리 바꾸는 일도 어려웠다. 실제 아이가 배 안에 있었다면 더욱 힘들었을 게 분명했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임산부들도 기자와 유사한 고통을 호소했다. 한 임산부는 “배의 무게에 눌려 똑바로 눕는 것도 못 한다”고 털어놨다.

임산부들은 특히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시 불편함이 적잖다고 지적했다. 자리를 양보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에서 고육지책으로 지하철 내 이른바 ‘핑크카펫’으로 불리는 임산부 배려석을 만들었지만, 10번 중 8~9번은 임산부가 아닌 승객들 차지다.

양보를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양보는 개인의 자유고 양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데, 임산부 좌석이 존재함으로써 외려 괜한 기대나 야속한 마음을 품게 되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임신한지 이제 막 1개월에 접어든 김모(34ㆍ여) 씨는 “임산부 배려석의 실효성에 대해 나를 포함한 많은 임산부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며 “배지의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순데 핑크배지를 단다고 해서 양보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매번 택시를 타기엔 금전적 부담이 상당하다. 불편도 없잖다.

출산한지 3일 된 김모(29ㆍ여) 씨는 “누가 봐도 만삭의 임산부인데도 기사들이 이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해 과속방지턱 등을 거칠게 넘을 때가 있다”면서, “그때마다 배에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져 배가 땡기는 등 힘들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김 씨와 함께 센터를 찾은 남편 류모(32) 씨는 “핑크 카펫을 만들 게 아니라 그 예산으로 카카오톡 등과 연계해 콜택시를 부를 때 아예 임산부임을 표시해준다거나, 임산부들에게 택시비 등을 지원해주는 게 더 실효성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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