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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이동근] TPP 승부, 아직 시간은 있다
미국 애틀란타에서 날아든 뉴스의 후폭풍이 거세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얘기다.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중 FTA 등으로 한껏 기세를 올리던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이 최대주주로 있는 12개국 경제잔치에는 쏙 빠졌다.

사실 한국이 잔치에 늦게 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던 미국이 2013년 일본의 참여선언에 ‘先타결 後신규참여’로 입장을 바꿨다. 또 당시 우리는 한중 FTA와 한미 FTA를 중심으로 환태평양 통합시장을 연결하는 린치핀(linchpin, 핵심축) 역할을 하겠다는 로드맵도 차근차근 진행중이었다.

이왕 늦은 거 TPP 가입에 조급증을 낼 필요는 없어 보인다. 특히, 우리는 이미 FTA망을 촘촘하게 깔아놓았기 때문에 TPP 가입의 이득이 더 적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TPP 참여 12개국 가운데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미국, 캐나다 등 10개국과 개별 FTA를 체결했고, 우리의 FTA 경제영토도 세계 GDP의 73.5%까지 올라간 상태다. TPP 타결로 증가한 일본의 42.7%보다 훨씬 크다.

그렇게 보면 한국의 TPP 가입은 사실상 일본과의 FTA나 마찬가지다. 부품소재산업의 대일의존도가 높아 한 해 대일 무역적자가 2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상황에서 관세마저 철폐되면 국내 제조업체의 시장점유율이 더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현재 우리 제품이 일본에 수출할 때 매겨지는 관세율 평균은 1.4%인 반면 일본제품이 우리나라로 수입될 때 관세율은 5.6%다. 양국간 관세인하는 일본에게만 관세특혜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을 한미 FTA 수준으로 일본에 개방하면 무역수지만 연간 5억달러 악화될 것이라고도 한다.

아직 시간은 있다. 지금으로서는 TPP에 서둘러 참여해 크게 얻을 것도, 나중에 참여해 잃을 것도 별로 없다. 오히려 지금 참여하면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적지 않다. 누울 자리를 보아가며 발을 뻗자는 얘기다. 더군다나 실익이 불분명한 ‘깜깜이 협상’으로 알려진 TPP 협정문이 수개월내 나온다니, 산업별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한 후 가입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TPP가 타결됐다고는 하지만 세부내용이 확정되고 각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 발효될 때까지는 1~2년의 골든타임도 남아있다.

가격경쟁력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도 과거와 많이 바뀌었다. 관세효과나 환율효과 등 가격의 부침에 일희일비할 수 없는 시대임을 잘 알고 있다. 다소 비싸더라도 파괴적 기술혁신과 디자인, 연구개발, IT 융합 등으로 뭉친 제품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남은 골든타임동안 기업의 체질도 확 바꿔 나가야 한다.

애틀란타 합의소식 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평을 보면, TPP 타결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승리라 전하고 있다. 국제정치라는 거대담론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이면서도 냉정한 시각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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