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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축 물량공세…구옥 리모델링 ‘닭쫓던 개’…전월세전환율 높은 대학로 가보니
종로구 일대 12%수준까지 올라
높은 월세 기대로 원룸 과잉 초래
전세로 다시 내놓는 사례 발생도


“리모델링해 임대사업 하겠다고 나선 집주인들 중 손해보고 있는 사람들 많습니다. 인근에 100실 이상의 대형 오피스텔 신축이 많아지고 있어요.”(서울 종로구 연건동 믿음 공인)

“주차시설 갖추고 시설 좋은 신축 원룸들은 월세가 비싸도 들어가요. 하지만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 한 집주인들은 월세를 올려받아야 투자자금 회수를 하는데 공실률 우려로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종로구 이화동 강남 공인)

지난 2일 임차수요가 높아 전월세전환율이 25개 자치구중 가장 높은 종로구, 그중 수요가 밀집돼 있는 대학로 일대를 찾았다. 높은 임대수익을 기대하며 일부 주민들은 리모델링을 하기도 했으나, 100실이 넘는 도시형생활주택 신축 등 물량공세로 리모델링 투자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대학로 일대 원룸 밀집 지역.

서울대 의대, 홍익대 대학원 등 10여개 대학 캠퍼스가 몰려 있는 종로구 대학로는 전월세전환율이 서울 평균을 훨씬 웃돌아 임대사업을 하겠다고 사람들이 몰려 드는 곳이다.

전월세전환율이 높다는 것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는 의미로, 대학로 일대에는 서울대의대, 성균관대, 홍익대, 상명대 등 10여개가 넘는 대학과 캠퍼스가 밀집돼 있고, 전국의 문화 예술인들이 북적이고 있다.

서울시의 최근자료에 따르면 종로구의 전월세전환율은 7.4%로 서울시 전체의 평균(6.9%)을 상회하며, 용산구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서울 지자체중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8월자료에서도 종로구가 가장 높은데, 특히 종로구 이화동 일대의 일부 주택의 경우 전월세전환율이 12% 수준까지 올라 있다. 전월세전환율이 12%일 경우, 전세금 중 1000만원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내는 월세가 10만원이라는 얘기며 전환율이 낮아질 수록 월세 역시 내려간다.

권범준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 연구원은 “전월세전환율이 높은 곳은 수요가 많다는 뜻으로 임대인 우위시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특히 찾는 사람이 많은 소형 평수의 주택들이 상대적으로 전월세전환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요가 몰리다 보니, 임대사업을 하겠다며 나서는 사업자가 많아 오피스텔, 원룸 등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 2012년 홍익대 대학원 캠퍼스가 신축되는 등 여러 대학 캠퍼스들이 대학로로 몰려오면서 수요가 늘자, 대학로 주민들은 앞다퉈 건물 리모델링에 나섰고 건설사들은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신축을 시작했다. 지난 2014년 131실 규모 13층 높이의 ‘이화에수풀’이 입주를 한 이후, 내년말 주차장시설까지 갖춘 175실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턱 ‘포레스티힐’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대학로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만난 신모(50) 씨 역시 1억원을 들여 4층 짜리 연건동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건물에는 자동문이 설치되고 전면적 23㎡의 원룸 4곳은 욕실 등을 갖춘 곳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원룸 4실 중 하나를 보증금 1억원의 전세로 내놨지만 지난 5월이후 아직 비어 있는 상태다. 신 씨는 “리모델링에 목돈이 들어가서 일부는 전세로 바꾸어 내놨다. 그래도 4개월째 안나가고 있다”며 “시설이 좋은 대형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려갔다”고 했다.

믿음 공인 관계자는 “지금도 신축 대형 도시형생활주택, 원룸 등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며 “여기는 이미 포화상태며, ‘새집, 시설좋은 집’을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대형 오피스텔로 많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 강남공인 관계자 역시 “시설이 좋은 신축 원룸의 경우 기존보다 월세를 올려받아도 사람들이 찾지만, 오래된 원룸의 경우 월세를 내려도 안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리모델링을 한 집주인들이 월세를 올려받아 투자자금 회수를 해야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월세가속화 시대 속에 무턱대고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사업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심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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