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약해야 내부 관람 가능
70년대 대통령방공호 이용 추정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의도 지하벙커<평면도>가 40년 만에 시민에게 개방된다.
서울시는 오는 1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매주 주말(토ㆍ일요일)을 이용해 지하벙커 내부를 직접 볼 수 있는 시민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시민 체험 행사는 지하벙커의 안전문제를 감안해 선착순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서울시는 지하벙커 홈페이지(http://safe.seoul.go.kr)를 통해 1일 오후 3시부터 오는 23일 오후 6시까지 접수를 받는다.
여의도 지하벙커는 지난 2005년 옛 중소기업전시장 앞 도로 7~8ｍ 아래에서 발견됐다. 전체 면적은 793㎡(240여평)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오른편에는 약 66㎡(20여평) 공간에 화장실과 쇼파, 샤워장이 있고 왼편에는 595㎡(180여평) 공간에 기계실과 화장실, 철제 출입문 2개가 있다. 지하벙커는 현재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2번 승강장에 있는 출입구로만 들어갈 수 있다. 서울시는 작은 방(약 66㎡)에 여의도와 지하벙커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물을 설치하고 2005년 발견 당시 있었던 소파를 복원해 시민들이 직접 앉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큰 방(약 595㎡)에는 발견 당시 모습과 올해 초 서울시가 안전조치 한 이후를 사진으로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꾸몄다.
서울시는 시민 체험 행사를 통해 지하벙커 활용 아이디어를 접수하고 내년 10월 초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제금융센터(IFC) 몰 앞 보도로 연결된 1개 출입구를 추가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지하벙커는 197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할 뿐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다. 다만 항공사진으로 비교했을 때 1976년 11월에 보이지 않았던 지하벙커 출입구가 이듬해 11월에 확인돼 이 시기에 공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하벙커 위치가 당시 ‘국군의 날’ 사열식 때 단상이 있던 곳과 일치해 1977년 국군의 날 행사 당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지하벙커 현장조사에서 공간 전체가 약 30㎝ 침수한 것을 확인했다. 7월 구조물 정밀조사에서는 경미한 보수ㆍ보강이 필요하지만 시설물 안전에는 지장이 없는 ‘C등급’으로 진단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