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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식죽이는 괴물부모 늘어나는데…경찰은 비속살해 통계조차 없다
영아살해 형량은 일반살인보다 낮아
가중처벌등 대책마련 급선무



서울 양천경찰서는 한 다세대 주택에서 생후 50일된 자신의 딸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어머니 김모(40)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아버지 유모(41)씨는 전날 오후 8시10분께 퇴근한 뒤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딸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당시 김씨는 집에 없었고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아이의 몸에서 외상이 발견된 점 등을 토대로 어머니 김씨가 범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그를 자택 인근에서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화장실에서 아이를 더운 물에 집어넣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남편과 생활고 문제로 다투다 양육이 어려워지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아이의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서울 서초동에서 중산층 가장이 두 딸과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피의자인 강모(48) 씨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11억 원 대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주식투자로 손해를 보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족을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에는 서울 광진구에서 30대 여성이 여자아이를 출산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우체국 택배로 친정어머니에게 배송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이처럼 충격적인 ‘자녀살해’ 사건이 이어지지만, 정작 경찰은 ‘비속살해’ 현황에 대한 집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 공식적으로 비속살해와 관련된 경찰 통계는 전무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존속살해의 경우 현황을 따로 파악하고 있지만,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는 따로 현황을 파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이 엄연히 살인의 한 범주인 비속살해 현황을 파악하지 않는 데 대해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형법은 제250조 2항에서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행위’에 대해 일반적인 살인(최소 5년이상 징역)보다 높은 형량인 최고 7년이상의 징역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자식을 살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

오히려 영아살해의 경우는 최고형량이 징역 10년으로, 일반적인 살인보다 최고형량이 가볍고, 최저형량도 따로 없다. 때문에 부모가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정신적 문제가 있는 등의 상황에는 범행 동기가 참작돼 형량이 감경되기도 한다. 하지만 비속살해도 존속살해와 마찬가지로 엄연히 가족에 의한 살인에 포함된다.

특히 대개의 비속살해가 ‘영아살해’에 집중되지만, 10세가 넘어 살인에 대해 ‘인지 가능한 자녀’에 대한 범죄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의 정성국 박사가 올해 초 발표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발생한 비속살해 사건은 모두 230건으로, 매년 30~40건 가량의 비속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피해자녀의 42%는 10세 이상으로, 영아살해가 아닌 경우가 절반 가까이나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처벌규정이 비속살해에 대해 너그러운 이유는 가부장적인 가족문화 때문이다. 가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부모가 자식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살인을 ‘동반자살’로 미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제아동보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은 “부모와 자녀의 ‘동반자살’은 있을 수 없으며 ‘자녀 살해 후 부모가 자살한 사건’에 불과하다”며 “자녀는 부모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재산도, 소유물도 아니기 때문에 부모의 처지가 절망스럽다고 자녀를 죽일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현행 형법이 존속살인에 대해 일반살인 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적용한 데 반해 비속살해는 별도의 가중처벌이 없다”며 “신중하게 가중처벌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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