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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윤재섭] 폭스바겐과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디젤차량의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최대 1100만대 차량에 대해 리콜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이 그룹이 당장 입게 될 재산손실액만 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최근 주가하락에 따른 기업가치 손실액에 리콜차량 보상 비용과 미 환경보호청의 벌금 추정액을 합친 금액이다. 이 금액은 또 폭스바겐이 최근 5년간 벌어들인 순이익을 넘는 규모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외 소비자들이 폭스바겐을 상대로 부당이익 반환 청구 소송에 나서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실제 재산손실은 100조원을 웃돌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서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폭스바겐 위기의 본질은 당장 눈에 보이는 재무적 위기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재무적 위기보다 훨씬 중요한 신뢰의 위기라고 꼬집는다. 78년 기업 역사를 자랑하는 폭스바겐이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배출가스 조작 사건은 비단 폭스바겐의 피해로만 그치지 않을 태세다. 전체 수입차 브랜드의 신뢰 위기를 촉발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브랜드 판매업체들은 폭스바겐 사태 이후 최근 2주간 차량판매가 평소보다 10% 이상 줄었다며 울상이다. 

미 정부 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외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을 상대로 신뢰도 조사에 나설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교통부 산하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성명을 내고 또 다른 자동차 메이커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도로 사망자 수를 축소한 사실을 적발했다며 후속 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뢰는 비단 대인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다. 신뢰를 기업가치를 가늠하는 최우선 척도로 삼는 것이나, 수많은 경영인들이 ‘신뢰가 생명이고, 답이다’ 라고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에서 실시하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해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실시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도 고객의 ‘신뢰’를 쌓는 첫 발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내수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실시되는 행사이다. 소비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이번 행사는 그러나 정부주도로 실시되고, 유통업체들이 이에 참여하는 형식을 빌었다는 점에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할인 행사를 주도하는 미국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보다 제품 할인율이 저조할 뿐만 아니라 ‘눈가리고 아웅식’ 행사가 재연될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미국과 비슷한 50∼70% 할인율을 강조하고 있지만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특정 제품에 한해서만 할인행사를 실시함으로써 소비자를 우롱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빅 세일 마케팅이 부디 침체된 내수경기의 활력을 불어넣는 첫발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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