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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입차 딜러의 눈물] 외제차 20만대의 그늘…배불리는 업체들, 배곯는 딜러들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작년 1월 .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수입차 전시장. 이 곳에서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다. 남들이 가족들과 연휴를 즐기는 사이 한 수입차 딜러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는 생활고와 채무를 못 견디고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쥐꼬리만한 월급에 차를 팔아도 몇달째 수당이 들어오지 않는 ‘노(NO)마진’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수입차 시장이 연간 20만대 판매를 눈앞에 두며 최대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영업전선 곳곳에서는 신음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수입차 업체의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3배 정도 늘어난 반면 수입차 딜러들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해마다 수입차 전시장이 늘면서 딜러 간 제살깎기 경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하는 딜러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

딜러들 사이에서 수입차 업체들이 찍어 내리는 목표 할당치는 이미 ‘신성불가침’처럼 됐다. 철저한 ‘갑을관계’ 속에서 딜러들의 제살깎기 경쟁으로 맺은 과실이 수입차 업체 위주로만 돌아가는 구조가 되면서부터다.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으로 수입차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가운데, 영업 일선에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자조섞인 말이 나오는 등 화려했던 수입차 시장에 환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수입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태계가 썩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차 업체, 이들로부터 물량을 가져오는 딜러사, 딜러사에 소속돼 차를 파는 딜러들로 구성된 수입차 시장에서 밑바닥까지 수익이 전달되는 낙수효과는 이미 제로가 됐다.

가장 큰 원인은 차를 팔아도 돈을 벌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 수입차 딜러사 관계자는 “차를 3대 판 사람, 5대 판 사람, 7대 판 사람 모두 수당이 같다. 모두 수당이 0원이다”라고 말한다.

딜러들은 차값의 1%를 수당으로 받지만 이마저도 포기하고 차를 팔고 있다. 규모가 큰 딜러사 소속이면 기본급을 받지만 100만원조금 넘는 금액에 세금을 떼면 최저생계비도 안 된다. 일부 딜러사들은 딜러들이 차를 한 대도 못 팔면 기본급을 주지만 차를 팔면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이유로 그나마 주는 기본급도 지급하지 않는다.

늘어나는 수입차 전시장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딜러 자체적으로 할인에 할인을 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2013년 전국에 316개이던 수입차 전시장이 2년 만에 364개로 불어났다.

딜러들이 수입차 업체로부터 받은 할당치를 채우지 못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적 문제는 더욱 깊어졌다. 업체로부터 받는 인센티브가 이들의 주된 수익원이란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독일차를 취급하는 한 딜러사관계자는 “업체가 제시하는 할당치를 채우지 못하면 다른 딜러사로 물량이 넘어갈 뿐더러 우리의 돈줄인 인센티브가 깎이므로 목숨을 걸고 할당치를 맞출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수입차 업체들의 이 같은 밀어내기에 더해 안 팔리는 차를 의무적으로 팔도록 하는 끼워넣기도 딜러들을 옥죄고 있다. 또 다른 딜러사 관계자는 “분기별 할당치에는 꼭 팔아야 하는 모델도 있는데 이는 인기가 별로 없는 것”이라며 “만약 특정 모델을 팔지 못하면 정상적으로 받을 인센티브에서 절반이 떨어져 나간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조건 팔아야 한다는 압박에 딜러들은 사비를 털어서라도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선팅, 코팅, 블랙박스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10년간 수입차 딜러를 하다 최근 업계를 떠난 A씨는 “생활비는 커녕 수당이0원이다보니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은행에서 퇴짜맞기가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반면 수입차 업체들은 딜러들이 꼬박꼬박 채워주는 할당치에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작년 영업이익은 1221억5900만원으로 전년도 423억7100만원에서 3배 가까이 늘었다. BMW코리아도 작년 571억2500만원으로 2배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2013년 407억5300만원에서 작년 546억5500만원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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