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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스바겐 사태] “소송 문의 쏟아져…사실상 집단소송될 듯”
-법무법인 바른 측 30일 오후 기자간담회 내용 추가
-“일주일 뒤 추가소송 진행..사실상 집단소송으로 진행”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폭스바겐그룹이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으로 전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한국에서도 첫 소송이 제기됐다. 폭스바겐뿐 아니라 계열사인 아우디까지 이같은 눈속임이 적용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가고 있다. 


▶국내 첫 소송 “차값 돌려달라”=서울중앙지법은 30일 오전 10시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디젤차를 구입한 2명이 폭스바겐그룹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국내 딜러사 등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원고의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바른은 “피고들이 소비자인 원고들을 속였다”면서 “민법 제110조에 따라 자동차 매매계약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원고가 제기한 소송의 주 원인은 민법 제110조에 근거한 ‘사기행위에 의한 법률 행위 취소’다.

바른 측은 “피고들의 속임수가 없었다면 원고들은 제작차 배출허용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는 차를 거액을 지불하고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매매계약이 소급적으로 무효가 됐으므로 피고들은 원고들이 지급한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폭스바겐이 조작을 숨기고 매매계약 체결을 유도했으니 차값을 100% 반환하라는 요구다.

대법원은 1993년 ‘거래에 있어 중요한 사항을 비난받을 정도로 허위로 고지하면 기망행위에 해당된다. 현대산업화사회에 있어 소비자가 갖는 상품의 품질이나 가격 등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생산자 및 유통업자의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원고들이 구입한 차량은 각각 2014년형 아우디 Q5 2.0 TDI와 2009년형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으로 이번 폭스바겐 눈속임 사태에서 거론된 차량들이다. 차량 가격은 각각 6100만원과 4300만원이다.


▶“사실상 집단소송 될듯”=국내 첫 소송이 진행되자 법무법인 측에는 차량 소유자 수백명의 문의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 측의 하종선 변호사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협의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일주일 뒤에 추가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실상 집단소송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서는 아직 제조물책임 집단소송은 인정되지 않으나, 피해자들이 한 재판부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끔 한다는 의미로 사실상 집단소송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이번 폭스바겐 사태를 촉발한 ‘배출가스 눈속임’이 소비자들의 구매에 미친 영향 및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 규모다. 하 변호사는 “기망행위는 폭스바겐에서 이미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차량가격 반환부분에서 감가삼각을 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항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요즘은 리스차량 구매가 많은데 리스 형태인 경우엔 법적 매수인인 리스회사가 손해배상 입장을 취하게 되면 사용자와 공동원고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폭스바겐 측이 ‘클린 디젤’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해 적극 홍보, 이 부분이 구매에 미친 영향도 쟁점이다. 폭스바겐은 그동안 ‘클린 디젤’을 앞세워 자사의 디젤차가 ‘배출가스는 적게 배출하면서도 연비는 높다’고 홍보해 판매를 이끌어왔다.

바른 측은 “피고들이 ‘클린 디젤’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해 이를 믿은 원고들로 하여금 동종의 휘발유 차량보다 훨씬 비싼 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에 차량을 구입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만일 매매계약 취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예비적으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예비적 청구는 주된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에 대비한 것으로, 장기적으론 차량가치가 하락하고 중고차 가격도 폭락하고, 공지된 연비 대비 실연비가 낮게 나와 연료비손해가 발생하는 등에 대한 배상도 요구했다. 특히 디젤차는 구매 시 가솔린차 대비 500만~1000만원 가량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점을 지적했다.

▶불붙은 연비논란…줄소송 잇따를듯=이번 파문은 배출가스 이슈에서 연비 과장 논란으로까지 불붙고 있다.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벤츠, BMW 등 독일 디젤차 전체의 과장된 연비 논란이 불거지면서 독일차 전체의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벨기에 환경 단체인 교통과 환경(T&E)은 “폭스바겐의 골프는 실제 주행시 소모된 연료가 공식 연비보다 40% 정도 많았다”며 “벤츠, BMW 등도 실제 주행 연비와 공식 연비 간 최대 50% 정도 차이가 났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이 눈속임한 ‘배출가스 저감장치(EGR)’의 작동 여부가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 자연스럽게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의혹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반 도로 주행시 EGR이 정상 작동하면 연비도 떨어지기 때문에 새로 측정하면 연비가 낮게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국내 첫 소송이 제기되면서 차량 구매자들의 잇따른 소송이 예상된다. 하 변호사는 “폭스바겐 사태 이후 국내에서 소송이 제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원고를 추가해 소송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량을 리스 방식으로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미국에선 폭스바겐을 상대로 한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미시건주 연기금이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 폭스바겐을 상대로 사기 혐의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개인 차주들도 집단소송에 나섰다. 폭스바겐 사태 발생 4시간 만에 미국 시애틀의 한 로은 미국 20여개 주의 차주들을 대표해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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