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김성진] 가족과 함께할 시간은 얼마 남았습니까?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이 4일간의 연휴와 함께 끝났다. 제대로 쉬지 못한 사람들도 많지만, 수천만명의 국민들이 부모님을, 또 고향을 찾아 움직인 엄청난 행사인 것은 분명하다.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자신을 낳고 길러준 부모 곁을 떠나 객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풍성한 가을 그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소중한 시간이다. 이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 하지만, 오랜 격리의 시간이 주는 낯 선 느낌, 평소 내왕도 없다가 마주쳐야하는 혈연의 상봉이 마냥 훈훈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추석을 앞두고 네티즌들 사이에 ‘추석이면 듣는 잔소리,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우스갯소리가 화제가 됐다. 학생때면 공부잘하니?, 대학 졸업무렵이면 취직은 했니? 직장을 다니면 결혼 안하니? 결혼하면 애는 안낳니? 끝이 없다. 오랜만에 보는 조카의 일상에 어르신들이 궁금해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듣는 이에겐 간단히 대답하거나, 간단히 해결할 수 없는 중차대한 일이라는게 문제다.

우리에게, 가족이라는 존재는 분명 이전과 달리 그 가치와 의미가 축소되어가는 듯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를 사랑하고, 힘들 때 힘이 되어주고 보듬어주고, 지쳤을 때 안식을 주는 것이 전통적인 가족이었다. 하지만 개개인이 감당해야할 삶의 무게 탓에, 가족들을 생각하지 못하고 때론 불편한 존재로 받아들이기까지도 한다.

추석을 맞아 방영된 ‘위대한 유산’은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줬다.

연예인과 가족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식상하리만큼 차고 넘친다. 하지만 웃기기 위해, 시청률을 위해 가족과 분장하고 나선 모습에서 감동을 받긴 어렵다. 진정 절실함에서 가족과의 관계회복에 나서는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댄 이 프로그램은 그래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록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 래퍼, 산이, 걸그룹 에이핑크의 보미는 앞으로 남은 시간이 ’6개월 이내‘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들의 수명이 아니다. 그들이 남은 생에서 일하고, 먹고, 잠자고, 취미생활을 하는 걸 제외하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추산한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남은 시간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김태원은 한때 미워하기도 했다는 자폐 아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없었다는 것을 자책하며 추억을 만든다.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네버 엔딩 스토리’도 그 아이로 인해 탄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산이는 미국 이민 시절 왜 청소부를 택했냐며 아버지에게 물었고, ‘의료비가 엄청난 미국에서 가족들에게 보험혜택을 받게 해주기 위해 (내 취향과 무관한)그 일을 선택했다는 대답을 들으며 숙연해진다. 보미는 일년 12달 하루도 쉬지않고 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에게 가게문을 닫고 여행을 가자고 한다. 영화를 보라며 서툰 솜씨로 일일점원을 본다.

부모는, 아버지는, 자식은 그렇다. 서로에게 고통을 줄때도, 좀체 이해되지 않는 결정을 할 때도 그 이유는 가족을 위해서, 가족을 사랑해서 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절에 별 생각없이 봤던 프로그램에서 ‘가족의 가치’를 잊지 말라는 소중한 교훈을 얻는다. 

withyj2@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