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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7년 최대 위기 폭스바겐… ‘자동차 제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천예선ㆍ민상식 기자]독일의 자동차 제국, 폭스바겐이 창립 77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올 상반기 도요타를 제치고 자동차 판매 1위를 탈환하며 승승장구했던 폭스바겐은 디젤엔진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존립 차체까지 위협받고 있다. 사건 발생 3일 만에 주가가 33% 빠지며 시가총액은 260억유로(34조3640억원) 증발했다. 이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영업이익 127억유로(16조7500억원)의 두배를 넘어선 것이다.

독일 국민 역시 공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독일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이었던 만큼 배신감은 컸다. 폭스바겐은 최근 영국 리서치회사 ‘유고브’가 독일인 1081명을 대상으로 한 ‘독일 대표 상징물’ 설문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문호 괴테(2위)와 앙겔라 메르켈(3위) 총리를 제치고 63%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폭스바겐그룹이 보유한 12개 브랜드.

독일 국민이 폭스바겐을 국가의 대표 상징물로 꼽은 이유로는 “부자의 전유물이던 자동차를 일반인에까지 널리 보급한 것”이 높이 평가됐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당초 모든 독일인들이 탈 수 있는 차를 개발하며 출발한 브랜드이므로 독일인들에게는 존재 자체가 자부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랬던 폭스바겐이 단순 결함이 아닌 배기가스 사기극으로 독일인의 자존심까지 산산조각냈다.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 제조업 강국이라는 국가 위상에도 치명상을 입혔다. 메르켈 총리는 “완전한 투명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폭스바겐에 철저한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車브랜드만 ‘한 다스’…폭스바겐 제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나=독일의 ‘국민차(Volks 국민ㆍWagen 차)’ 폭스바겐의 기원은 2차 대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폭스바겐은 아돌프 히틀러가 이끌던 나치정권의 자동차 대중화 정책에 따라 1938년 설립됐다. 당시 딱정벌레차로 유명한 ‘비틀’이 최초의 국민차 역할을 했다.

폭스바겐그룹은 1990년대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현재 폭스바겐그룹이 보유한 브랜드는 12개다. ▷최고급 고성능차 브랜드인 람보르기니, 부가티, 벤틀리 ▷프리미엄 브랜드 포르쉐, 아우디 ▷대중 브랜드 폭스바겐 ▷저가 브랜드 세아트, 스코다 ▷상용차 브랜드 폭스바겐상용차, 만, 스카니아 ▷모토사이클 브랜드 두카티가 그것이다.

이같은 ‘폭스바겐 제국’을 완성한 인물은 20년 넘게 폭스바겐 황제로 군림해온 페르디난트 피에히(78) 전(前) 회장이다. 피에히는 창립자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외손자다. 그러나 지난 4월 사촌지간인 볼프강 포르쉐와의 권력다툼에서 밀리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피에히가 지난 수년간 폭스바겐의 대부분의 성공을 이끈 ‘건축가’였다”고 평가했다. 

독일 볼프스부르그에 위치한 폭스바겐그룹 사옥.

포르쉐 vs 피에히 집안싸움=폭스바겐은 포르쉐와 피에히 두 가문이 이끌고 있다. 히틀러의 요구로 ‘비틀’을 제작한 오스트리아 출신 자동차공학박사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후손들이다. 두 가문은 공동투자로 ‘포르쉐SE’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폭스바겐그룹 의결권 50.73%를 쥐고 있다.

폭스바겐 가문이 두개로 나뉜 연유는 이렇다. 1세대 포르쉐는 슬하에 남매 페리 포르쉐와 루이제 포르쉐를 뒀다. 딸 루이제는 폭스바겐 공장을 운영하던 안톤 피에히와 결혼해 포르쉐의 경영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다. 한편 아들 페리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포르쉐의 경영에 집중해 포르쉐를 세계적인 스포츠카 제조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에 공헌했다. 

페르디난트 피에히(왼쪽), 볼프강 포르쉐.

이들 포르쉐 남매도 경쟁적인 관계였지만, 포르쉐와 피에히 집안의 권력다툼은 3세대에서 분수령을 맞았다. 루이제의 아들 페르디난트 피에히(폭스바겐AG 전 회장)와 페리의 아들 볼프강 포르쉐(포르쉐AG 회장이자 포르쉐 SE 감독이사회 회장)는 지난 4월 마르틴 빈터콘 최고경영자(CEO) 재신임 여부를 놓고 내분을 겪었다. 결과는 피에히의 참패로 끝났다.

사촌인 볼프강 포르쉐는 폭스바겐그룹의 지분을 보유한 니더작센주(州) 등 주요 주주들과 손잡고 빈터콘을 지지하면서 피에히를 고립시켰다. 그 결과 피에히는 2017년 4월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사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났다. 아내인 우르술라 피에히도 이사직을 잃었다.

폭스바겐그룹 주주구성과 브랜드별 영업이익
두 가문의 자산은?=포르쉐와 피에히 가문의 자산은 448억유로(59조7330억원ㆍ2014년 7월 현재)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의 폭스바겐그룹을 일군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오스트리아 국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볼프강 포르쉐는 독일 국적이다. 
 

피에히는 1937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생으로 취리히 공대를 졸업했다. 1963년 포르쉐에서 포뮬러1 엔진을 연구하고 1972년 아우디로 이직해 1988년 아우디 사장에 취임했다. 피에히는 세번 이혼하고 4명의 부인 슬하에 12명의 자식을 뒀다. 부인조차 “한 시간 후 무엇을 할 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예측 불가능한 인물로 유명하다. CNBC방송은 “피에히가 비록 감독 이사회 일원은 아니지만, 폭스바겐 성공을 이끈 인물로서 여전히 포르쉐 SE의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의 존재감은 수요일(23일) 열린 이사회에서 감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피에히와 갈등 관계에 있었던 마르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이날 배기가스 조작 사건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배기가스 조작 파문 책임을 지고 사임한 마르튼 빈터콘 최고경영자(CEO)

/cheon@heraldcorp.com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 폭스바겐그룹이 미국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해 배기가스 배출 소프트웨어(SW)를 조작한 사건을 말한다. 지난 18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이를 적발하고 48만2000여대의 디젤 차량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실제 리콜 대상 차량은 11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 집단소송이 잇따르고 한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자체 조사를 벌이기로 하는 등 폭스바겐그룹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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