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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도, 자기계발도…취업에 ‘올인’하는 청춘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대학생 오모(24ㆍ여) 씨는 다음 달부터 중국어 학원에 다닐 예정이다. 내년 2월에 졸업을 앞둬 수업도 주 2회밖에 되지 않고, 토익 점수도 900점가량 받아둔 상태라 졸업 전 제2외국어를 배우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 내린 결정이다. 오 씨는 “요즘엔 취직 뿐 아니라 승진에도 중국어가 중요하다고 해서 이왕 자기계발을 할 거면 실제 도움이 되는 걸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심화되며 그야말로 모든 것이 취업을 목표로, 스펙을 쌓기 위해 ‘올인’하는 분위기다.

지적 성취나 발전 등을 위한 자기계발조차 본인의 성장을 위해서라기보단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학생 김모(25) 씨도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앞두고 영어 스피킹 스터디를 시작했다. 사실 영어보단 제2외국어를 배우거나 독서 스터디에 들어가 책을 읽고 싶었지만 ‘취업준비생’ 신분으로선 사치라고 생각했다.

김 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시간을 쪼개 자신이 정말 배우고 싶은 걸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나조차도 관심있는 분야는 많지만 여건이 안 되니 그나마 영어 스터디 하는 걸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최근 한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918명 중 74%가 “평소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이들 중 40.3%는 ‘취업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자기계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계발 이유가 곧 ‘취업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는 답변은 31.3%로 2위에 그쳤다.

자기계발 분야도 어학, 자격증 등 스펙 중심이다.

자기계발 중인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영어, 외국어 등 어학분야(51.1%)’를 배운다고 밝혔다.

자기계발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대학생들조차 그 이유가 ‘취업준비, 학과 공부, 알바 등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37.0%)’를 1위로 꼽았다.

이같은 분위기는 직장인이 돼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승진을 위해 영어공부나 골프를 배운다는 직장인이 적잖기 때문이다.

올 초까지 공기업에 다니다 그만둔 김모(27ㆍ여) 씨는 “승진 욕심있는 사람 치고 골프 안 배우는 사람이 없더라”면서, “언제고 쓸 날이 올 거라 생각해 몰래 몰래 배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사실 취미를 즐길 정신적 여유조차 없다는 사람들도 꽤 됐다”며, “목적이 분명해도 그나마 골프라도 치니 스트레스 푼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 때문에 대학생 뿐 아니라 이들의 가족에게도 취업 자체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교양이나 사회문제의식을 키우는 대학 공부를 요구하는 건 일종의 사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취업을 하더라도 무한경쟁에 몰려있으니, 경력 관리, 자기 출세를 위해 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자기계발을 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취업난이 해소된다면 청춘들도 본인이 원하는 다양한 공부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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