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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스바겐 1년4개월만에 ‘자백’…베일 벗는 ‘배출가스 눈속임’
기만장치 달면 연비 등 향상
美엔 규정 있어 리콜 가능해



글로벌 자동차기업 독일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눈속임’에 대한 본격적인 미국의 조사는 지난해 5월부터 이뤄졌다. 결국 폭스바겐은 1년4개월만에 자백했다.

그러나 독일인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으로 꼽히는 폭스바겐이 이같은 눈속임을 벌인 데 대한 의문점도 증폭되고 있다.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기업이 왜 이런 속임수를 썼는지가 의문의 핵심이다. 미국은 수사당국을 동원해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23일 한국과 미국의 환경당국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캘리포니아 대기국은 지난해 5월 웨스트버지니아대학의 실험결과를 통보받고 폭스바겐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대학은 이동식배출가스측정장비(PEMS)를 폭스바겐의 3개 디젤차종에 장착하고 실제 도로를 주행하며 배출가스를 측정했다.

인증 때보다 질소산화물(NOx)이 40배 초과했다. 보통 7배 정도다. 대학의 자료를 받은 미 환경당국은 인증 때만 배기가스가 저감되고, 실제 도로 주행에선 저감되지 않는 ‘기만장치(defeat device)’가 장착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폭스바겐이 왜 이런 속임수를 썼는지 정확하게 알려진 게 없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배기가스를 차량 내에서 한번 걸러준 뒤 배출하는데, 이 과정을 생략하면 연비와 출력 등이 모두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의 기만장치가 차량 성능을 향상시킨다는 얘기다. 현재로선 폭스바겐이 작심하고 했는지 아니면 폭스바겐도 그 누군가에 속았다는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현행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은 차대동력계의 정해진 주행모드에서 에어컨 정지, 20~30도, 시속 0~120㎞에서 측정된다. 실제 도로 주행은 인증모드와 다르다. 유럽연합(EU)과 국내에서 적용되는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의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허용치는 0.08g/㎞ 이하다.

정부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시험문제를 알고 시험을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인증만 통과하면 판매에 지장이 없다. 또 실제 인증에서 불합격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차이가 난다는 것을 5, 6년 전 유럽에서 먼저 인지했는데도 말이다.

미국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리콜 조치를 내렸다. 한국에선 어렵다. 미국법은 ‘인증모드에서 작동하는데, 실제 도로에서 성능이 떨어지거나 제어하는 전략’을 기만장치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다만 기만장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배출가스 기준을 어느 정도 초과해야 기만장치로 규정하는지에 대한 조항은 없다.

그렇지만 미국은 기만장치 장착을 이유로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법 적용을 적극적으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절차들이 법규에 규정돼 있어야만 제재할 수 있다. 미국보다 소극적이다.

특히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규제의 사각지대가 여실히 드러났다. 실제 달릴 때 배기가스가 기준을 넘든 말든 상관없다는 점이다. 실제 도로에서 적용되는 기준은 소형 경유차(총중량 3.5t 미만)는 2017년 9월, 대형 경유차(총중량 3.5t 이상)는 내년부터 각각 적용된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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