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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여전한 前官 ‘몰래 변론’ 징벌적 제재로 뿌리뽑아야
고검장을 지낸 변호사 최 모씨가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론’을 한 사실이 드러나 대한변협에 징계가 청구됐다고 한다. 법조계가 전관예우의 고질적 악습을 근절하기 위한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뿌리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게 또 다시 입증된 셈이다. 이른바 ‘거물급 전관’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배후에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일이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비슷한 사례가 만연해 있다는 얘기다.

원래 변호사가 위임계약서를 쓰고 사건을 맡게 되면 대부분 선임계를 제출하게 된다. 현행 변호사법에 선임계를 내지 않은 변호사는 재판 출석은 물론 수사단계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전관 출신 변호사가 검찰 수사팀이나 재판부에 부정한 청탁을 해도 그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선임계는 변호사가 얼마나 투명하게 변호활동을 하는가 지켜보는 최소한의 감시 장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 변호사는 이걸 의도적으로 제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 변호사는 자신이 수임한 7건의 사건에 대해 선임계를 내지 않았고, 이 중 3건의 수임료만 해도 1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전관의 직위를 이용해 거액을 챙기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게 된다.

전관예우를 ‘사회 병폐’로 지목하는 것은 사법 신뢰를 깎아내리는 원흉이기 때문이다. 돈 있는 의뢰인과 전관 변호사가 결탁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등식을 만들어내면 사법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임을 자랑하면서도 사법부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 하위 수준이다. 이 역시 법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전관예우 악습과 무관치 않다. 최근 법원이 전관 변호사의 입김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재판부를 재배당하는 등 전관예우 척결 의지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조 3륜(輪)인 법원과 검찰, 변호사회가 적극 동참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전관예우 규정을 어기는 변호사는 형사처벌을 포함한 강도높은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이번처럼 선임계를 내지 않고 거액을 끌어모은 전관들에 대해서는 이익의 환수는 물론 수십배의 추징액을 물리는 징벌적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백가지 규정보다는 한번 잘못하면 패가망신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뿌리를 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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