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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신창훈] ‘세트포인트’와 야권의 분열
‘세트포인트’는 테니스나 배구 같은 운동경기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한 점이다. 마지막 1점을 내 승리한 팀이 느끼는 쾌감은 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다.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세트포인트란 용어를 쓴다. 인간이 느끼는 행복의 크기가 정해져 있다는 가설을 설명할 때다. 마치 냉장고의 자동온도 조절기처럼 행복 역시 ‘세트(예정된 값)’돼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 수준은 원래 갖고 태어나는 성격이나 기질로 결정되기 때문에 소득 같은 후천적 삶의 조건들은 행복의 변화를 설명하는데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 살면서 겪는 대형 사건은 행복에 일시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세트포인트로 돌아간다.

미국의 심리학자 필립 브릭먼(Philip Brickman)은 복권 당첨자의 행복과 끔찍한 사고를 당한 사람의 불행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복권당첨자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에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큰 사고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억울함에 괴로워했으나 예상외로 빨리 극복하고 순간순간 행복을 찾아갔다. 

브릭먼은 행복에도 적응 현상이 있다며 이를 ‘트레드밀(Treadmillㆍ러닝머신)’에 비유했다. 반대 방향으로 동력이 걸려 있는 러닝머신 위에서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항상 제 자리듯이 행복이나 불행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원래 상태로 복귀한다고 했다.

야권의 분열이 한창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출신 천정배 무소속 의원은 지난 20일 한국정치를 전면 재구성할 ‘개혁적 국민정당’의 창당을 제안하며 독자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야권이 하나의 당으로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제안한 것에 천 의원은 “미안하지만 새정치연합에는 미래가 없다. 뭐랄까, ‘너나 잘해라’라는 말이 생각난다”며 일축했다.

당 혁신위 활동을 ‘실패’로 규정한 안철수 전 대표는 같은 날 정계입문 3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기 대선을 위한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당내 분란의 키워드가 돼 버린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에 대해 “여러 형식을 통해 재신임을 관철해도 혼란과 분열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5일에는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가칭 ‘신민당’ 창당을 선언했고,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김민석 전 의원은 지난 18일 원외 정당인 민주당의 ‘새로운시작위원회’ 의장을 맡아 정치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야권의 분열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늘 있어 와서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1987년 대선 전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와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분열, 1997년 대선 전 DJ의 새정치국민회의를 중심으로 벌어진 이합집산, 2002년 대전 전 노무현 후보를 끌어내리려 했던 시도, 2007년 대선 전 열린우리당의 분열 과정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정치에서 야권의 분열은 세트포인트, 즉 예정된 값이다. 러닝머신 위에서 열심히 달리지만 언제나 제자리다. 그래서 재미도 없고 감흥도 없다. 야당 분열사의 현실이자 가혹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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