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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치매 (痴?)
# “내가 치매에 걸리면 바로 요양병원에 넣어라. 앞뒤 재지 마라. 그게 가족 모두를 위하는 일이다” 지인은 단호했다. 말은 이래도 얼마나 끙끙대며 고민했을까. 지금도 기관의 장으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분이다. 이런 분에게도 ‘치매’는 공포 그 자체다. 가끔 나오는 뉴스는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한 평생을 같이 살고, 어느 날 치매에 걸린 배우자를 십수년 간호하다 결국 같이 삶을 포기한…’


# 로널드 레이건과 마가렛 대처.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이다. 이런 거인들도 치매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말년에 치매에 걸린 레이건은 2004년 93세에, 대처는 2013년 88세에 생을 마감했다. 레이건은 1994년 ‘내 친구 미국인들에게’로 시작되는 편지로 치매 사실을 공표했다. “미국 대통령으로 일할 기회를 준 국민들에게 감사한다”, “신께서 부르시는 날, 미국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간직한 채 떠나겠다” 등 감동의 고백이었다. 반면 대처의 치매는 베일에 가려졌다. 2005년 딸 캐롤이 한 언론을 통해 전한 소식이 유일했다. 끔찍이 사랑했던 남편 데니스의 사망(2003년)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한다.

# 매년 9월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치매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같은 날을 ‘치매극복의 날’로 정하고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치매(痴)의 영어 단어는 라틴어에서 나온 ‘dementia’ 다. ‘정신이 없어진 상태’를 말한다. 객관적이다. 반면 ‘치매’는 ‘어리석다’(痴는 ‘미치다’는 뜻도 있음)는 두 한자가 합쳐졌다. 주관이 섞였다. 일상어로 굳어졌지만, 거북스럽다. 이 글에 나온 ‘치매’를 객관적 단어 ‘인지장애’로 바꿔 읽으면 많이 어색할까?

김필수 라이프스타일섹션 에디터/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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