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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자 허덕이던 삼성정밀화학, 노사 힘 합쳐 2년만에 턴어라운드
[헤럴드경제(울산)=김윤희 기자]울산광역시 남구 여천동에 위치한 삼성정밀화학 울산 사업장.이 회사는 1964년 설립 후 처음으로 2013~2014년 2년간 각각 203억원과 244억원의 적자를 냈다.

미국과 일본의 경쟁사들이 과감한 사업재편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2011년 이후 대규모 설비 증설을 진행했는데 경기 침체로 수요가 예상만큼 살아나지 못한 것도 경영 악화의 또다른 원인이었다.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으로는 모자랐다.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야 했다. 전체 임직원의 5분의 1에 달하는 200여명이 2013년 말부터 회사를 떠났다. 시장에서는 매각설마저 돌기 시작했다. 

제조경쟁력 강화, 원가절감에 나선 삼성정밀화학 임직원들.

흉흉한 폐허를 예상했지만, 지난 18일 찾은 울산 사업장은 활력이 넘쳤다. 직원들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삼성정밀화학은 올 2분기 3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흑자 전환한 데 이어, 하반기 들어 흑자 폭을 더욱 늘려 가고 있다. 태화강 건너, 유례없는 적자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조선업체완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 2년간 이 회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현장에서 만난 조성우 공장장(전무)은 “돈독한 노사관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성인희 사장이 부임했던 2011년 당시만해도 회사의 노사관계는 경직돼 있었다. 무노조가 원칙인 삼성그룹 속에서 삼성정밀화학은 유일하게 노조가 있었던 계열사다. 조 공장장은 “새로운 경영진은 노사관계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마인드를 필요로 했다”고 말했다. 

제조경쟁력 강화, 원가절감에 나선 삼성정밀화학 임직원들.

그 해 8월 19일 삼성정밀화학 CEO와 노조위원장 등 250명은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에서 첫 노사 공동 워크숍을 열었다. 성 사장은 CEO 중 처음으로 노조 창립기념식을 찾아 격려사를 했다. 처음에는 워크숍 참여조차 반대했던 노조도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인력선발, 마케팅을 위한 출장에 노사가 동행한다. 그래서 이 회사의 각종 기념 사진에는 CEO와 노조위원장이 늘 나란히 함께 서 있다.

이렇게 쌓아온 믿음은 2013년 최악의 시련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200여명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전체 임직원의 60% 이상이 동의했다. 그 흔한 파업 한번 없었다. 회사의 경영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던 노조가 직원들을 설득했다. 2014년 4월에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사 공동으로 ‘위기극복 협약서’를 작성했다. 지난 5월에는 제조 혁신과 원가 혁신을 골자로 한 ‘글로벌 제조 경쟁력 강화 선언문’을 발표했다. 

제조경쟁력 강화, 원가절감에 나선 삼성정밀화학 임직원들.

직원들은 스스로 나서 수익성 강화 작업에 돌입했다. 주력 사업부인 메셀로스 생산라인에서는 구성원들이 주도해 공정 내 낭비요소를 스스로 제거, 질소 구입 비용 83%를 줄였다. 페인트 등에 점성을 부과하는 헤셀로스 제품 공정에선 증기 열을 재활용해 증기 사용량을 44% 절감했다. 운전원이 낸 이 아이디어는 헤셀로스 사업부가 영업이익률을 가파르게 성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삼성정밀화학은 조만간 헤셀로스 생산설비를 현재의 1만t에서 2만t 규모로 키울 방침이다.

이동훈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어려워지는 것은 회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회사가 어려울 때 조합원들이 어려움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창조적인 노사관계”라면서 “어렵고 힘든 시기에 우리가 힘을 합쳐 회사의 발전을 만들어 나간다면 현장의 힘이 배가되고 우리의 삶의 질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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