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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FIFA 앞 시위하겠다는 現重노조, 지금 제 정신인가
17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외국기업 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특별 좌담회에서는 우리 노동계를 돌아보게 하는 ‘아픈 지적’이 쏟아졌다. 에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2010년부터 연 1억달러씩 투자하던 외국인 투자기업이 한국만의 독특한 노사문화 때문에 올해부터 투자를 중단했다”고 소개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지난해 노조원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사무동에 난입해 사무기기를 때려 부쉈다”며 “전 세계적으로 이런 관행이 존재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산성이나 기업 이익과 상관없는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는 한국의 투자매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이런 쓴소리도 낯부끄러운데 해외에 알려지면 정말 고개를 들 수 없는 일을 지금 우리나라 노조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FIFA(국제축구연맹)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에 노사협상투쟁단을 파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FIFA 회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아산재단이사장을 압박하면 노사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속셈이다. 노조는 추석 전 타결을 위한 마지노선을 오는 21일로 선언하고 이날 임금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투쟁단을 꾸려서 FIFA 본부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중은 작년에만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 올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는 100명이 넘는 임원을 내보내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런데도 노조는 이런 사정은 아랑곳없이 임금 12만7500원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실제 현대중 노조가 FIFA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자명하다. 상대 후보들은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정 후보를 두고 “일개 기업 경영에도 무능한 사람이 ‘축구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겠느냐”고 몰아붙일 것이다. 접전 양상이라도 되면 ‘악덕 기업주’로 몰고가는 흑색선전도 난무할지 모른다. 이리되면 상대 후보들에 비해 강점인 도덕성과 청렴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정 이사장의 FIFA 회장 출마는 한국의 스포츠 외교사에 큰 획을 긋는 도전이다. 그가 당선되면 우리의 국제적 위상은 지금보다 몇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정 이사장의 출마가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 안에서 싸우다가도 국익과 관련한 일이라면 힘을 합쳐야 하는 게 국민적 도리다. 현대중 노조의 자중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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