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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가삼간 태우고도 빈대 못 잡은 단통법, 더 큰불 놓겠다는 정부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단말기 유통법 시행 1년을 맞이해 정부의 ‘자화자찬’이 한참이다. 소비자 차별이 없어졌고, 통신 요금도 내려갔고, 단말기 가격도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만사 형통이다.

물론 대부분은 맞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단통법’ 덕택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통신 요금은 초기 가입자의 평균 가입 요금제가 내려갔다는 것이지, 전체적인 통신비 부담은 오히려 상승했다는 지표가 더 많다. 또 단말기 가격 하락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난 글로벌 현상으로, ‘단통법’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같은 기간 iOS를 나홀로 사용하는 아이폰은 환율을 핑계로 무지막지한 가격 인상을 단행 중이다.


단통법이 나온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다. 과거 통신 유통 시장에 사기 판매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단말기 출고가, 할부원금을 속이고, 당연한 요금 약정 할인을 마치 특별히 깎아주는 것 처럼 팔며, 말도 안되는 가격에 휴대폰을 파는 행위가 일상이였다. 소비자가 휴대폰을 장만할 때 꼭 알아야 할 정보, 즉 단말기 가격과 이통 서비스 요금 체계를 감췄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단통법은 이 두가지 정보를 명확하게 표기,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비교토록 한 법이다.

하지만 ‘단통법’은 보조금 상한선이라는, 가격통제에서 답을 찾았다.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스마트폰과 통신 서비스 가격을 법과 시행령으로 획일화 시킨 것이다. 판매자는 더 싸게 팔고 싶어도 팔 방법이 없다. 10대를 팔아 500만원을 벌라고만 한다. 대당 마진을 조금 낮춰, 100대를 팔아 800만원을 버는 것은 안된단다. 정보를 속여 파는 상술을 없에기 위해 가격 자체를 획일화시키는,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을 해버려서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 논란의 ‘단통법’ 보완책도 답이 분명해진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가격 정보를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고, 또 한 눈에 비교 편하게 하면 된다. 그럼 소비자들은 알아서 더 싼 곳으로, 때로는 큰 가격차이가 아니면 편한 곳으로 가서 산다. 판매자 역시자연스럽게 단말기 가격, 서비스 요금과 품질 경쟁을 펼친다. 개판이던 휘발유 가격을 주유소 내 명확한 가격 표시 제도 도입과 ‘오피넷’이라는 비교 앱을 만들어 바로잡은 전례처럼 말이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표기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공시한 정보와 실제 판매 가격에 차이가 없는지, 또 가짜 휘발유를 진짜로 속여 파는지만 단속하면 된다.

정부가 단통법을 자화자찬하는 이 시간, 시장 한 쪽에서는 모 통신사 자회사에서 G프로2라는 스마트폰에 번호이동 고객과 기기변경 고객을 차별하고, 또 여기에 특정 요금제와 부가서비스까지 강요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한 때 100만원하던 스마트폰 가격을 10만원 아래까지 낮추자, 수요가 몰리며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급변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공급자의 횡포는 하루이틀을 못간다. 소비자는 다른 대체제를 찾고, 다시 시장은 안정화 된다. 중학교 경제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원리다.

단통법의 보완책은, 보조금 상한선도 모잘라 하한선까지 도입하는 ‘더 큰불’을 놓는 것이 아니라, 바로 초심으로 또 기본 원리로 돌아가는데서 찾아야 한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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