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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거용 중형 오피스텔 ‘전성시대’
올들어 전용 60㎡이상 공급 급증
전셋값 상승으로 소형아파트 대체
4베이·가변형 벽체 등 인기만점
주택연금 가입대상 포함 관심지속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9호선 삼성중앙역 인근 ‘위례지웰푸르지오’ 견본주택. 건물밖엔 방문자 대기 줄이 50m이상 길게 늘어져 있었고, 주변 도로는 견본주택 방문 차량이 몰리면서 하루 종일 정체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날 8000여명이 다녀갔고, 주말동안만 2만1000여명이 몰리는 등 인기가 높았다고 전했다. 실제 청약경쟁도 예상대로 치열했다. 평균 13.9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모두 마감됐다.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을 시작한 한 단지 견본주택에 사람들이 몰렸다. 이 단지에는 전용 59~84㎡ 주거용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이 주거상품은 아파트가 아닌 ‘주거용 오피스텔’이란 점이 특히 주목됐다. 그것도 전용 68~84㎡의 중형이다.

요즘 분양현장에 이런 중형 오피스텔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공급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이고 인기도 치솟고 있다.

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8월 사이 수도권에서 공급된 오피스텔(6만1478실) 가운데 전용 60㎡ 이상 주거용 오피스텔은 1만158실로 16.5%를 차지했다. 전용 60㎡을 넘기는 오피스텔이 1만실 이상 분양된 것은 2003년(1만1586실) 이후 처음이다. 올 9월 이후 분양 예정물량을 고려하면 올해 사상 최고 규모의 중형 오피스텔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매년 공급된 60㎡ 이상 오피스텔의 비율이 전체 오피스텔의 평균 3%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팽창’이다. 청약자들이 수만명씩 몰리는 경우도 흔해졌다. 지난 7월 분양된 현대산업개발의 ‘광교 아이파크’에는 232실 모집에 6만1104건이나 청약이 접수돼 평균 216.2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모든 실이 전용면적 84㎡로 오피스텔에서는 ‘대형급’에 속하는 크기다.

6월 한화건설이 분양한 ‘킨텍스 꿈에그린’도 780실 모집에 2만2121건이나 청약해 평균 28.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역시 전용면적 84㎡ 크기로만 구성됐다. 오피스텔은 지금까지 “작을수록 수익률이 높다”는 논리가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심에서 전셋집을 찾기 힘든 상황이 고착화 되면서, ‘작은 아파트’ 기능을 할 수 있는 대체재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 담당자는 “전셋값 상승으로 주택시장에서 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는데, 물량이 달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주택사업자들이 신도시 내 업무시설 용지에 주거형 오피스텔을 세워 이런 수요를 흡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등장하는 60㎡ 이상의 주거용 오피스텔은, 평면구성도 소형 아파트와 유사한 형태를 띤다. 방 3개와 거실을 일렬로 배치한 4베이 설계는 물론, 가변형 벽체와 주방 펜트리 등도 제공된다. 이런 주거형 오피스텔의 계약자는 실거주 목적의 30~40대가 많은 점이 특징이다. 예컨대 지난달 말 계약을 시작한 ‘위례 지웰푸르지오’의 경우 계약자 절반 정도가 30~40대였다. 원룸형 오피스텔에 대학생 등 젊은층이 대다수인 것과 비교된다.

부동산써브 조은상 책임연구원은 “신도시 내 오피스텔은 커뮤니티시설이나, 택지지구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파트 못지않은 경쟁력이 있다”면서 “아파트 분양금보다 오피스텔이 대략 10~15% 저렴해 위례나 광교 진입을 꿈꾸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소비촉진방안’에는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연금 가입 대상으로 포함하기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당분간 ‘큰 오피스텔’의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엄연히 오피스텔과 아파트는 별개의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부적인 면에서도, 전용률이 50% 내외에 불과한 점과 서비스면적(발코니)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은 단점이다.

조은상 연구원은 “아파트의 관점에서 보면, 오피스텔은 호실별 지분도 낮고 기본적으로 용적률이 높기 때문에 나중에 재건축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트렌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이동현 행복한부동산센터장은 “시행사나 건설사 입장에선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사실상 ‘같은 것’ 처럼 마케팅하지만, 결국은 다른 개념”이라며 “오피스텔은 실수요층이 탄탄하지 못하고 서비스면적이나 관리비에서 실용적이지 않은 측면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아파트와 비슷한 평면도만 보고 판단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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