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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작 35명에 물어본 ‘집주인 리모델링사업’…신뢰도 ‘뚝’
다주택자 여부는 확인조차 안해
정부가 지난 2일 내놓은 ‘서민주거안정강화방안’의 핵심인 ‘집주인 리모델링 사업’이 제대로 된 수요조사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업에 대해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밝히며 근거를 든 ’표본조사’에 ‘다주택자 여부’는 확인조차 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토교통부와 주택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집주인 리모델링’ 사업 계획을 발표하기 전 진행했던 ‘표본조사’가 엉성하게 진행돼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주인 리모델링 사업은 집주인이 자신의 노후주택을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내놓으면 저리로 개량자금을 지원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 관리를 맡는 사업이다.

국토부는 사업계획 발표 당시 “노후주택 개량, 저가의 임대료로 임대주택 공급, 노후 연금자금 마련 등 ‘일거삼득(一擧三得)’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문제는 정부가 이 사업계획을 준비하면서 수요, 실효성 등을 예측하기 위해 사전에 진행한 표본조사가 많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정책 발표 20여일전인 지난달 7~8일 이틀에 걸쳐 성북구 정릉동 35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국토부는 설문에 답한 사람 중 86%가 사업 참여의사를 밝힌 것을 근거로 수요가 많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는 ‘만약 사업을 진행한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는가’에 대한 설문 문항에 대한 ‘의사’ 표현이였을 뿐 실제로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것과는 다르다.

설문조사는 직업, 연수입, 나이, 단독주택 현 시세, 사업 참여 의향 등 16개 문항이 담겼다. 그런데 이 문항에는 ‘다주택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은 없었다. 저소득층 고령자를 사업의 주요 수혜자로 삼았으면서 정작 다주택자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았다. 연소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의 상당수는 답을 하지 않았다.

사업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삼았으면서 표본조사 대상을 서울 정릉으로 꼽은 것도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력이 됐으면 표본을 넓혀 전국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나마 사업 참여 의사가 가장 없을 것으로 기대되는 서울 정릉에서 설문결과가 잘 나오면, 지방에서도 신청할 것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시범사업 계획도 신뢰성을 의심하게 한다. 정부는 내년 국토부는 220억원의 예산을 들여 150가구에 대해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집주인 리모델링 사업‘의 시범사업지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릉은 표본조사 대상이었지 시범지구는 아니다. 대신 전국 시군구별로 1~2가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릉동에서 많으면 한 1~2가구 정도 사업 대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한 군데서 몰려나올 경우, 지역 안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6월 말 대통령이 대학생과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뒤 정책을 급히 만드느라 설익은 정책을 내놓은 것같다”고 평가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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