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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한 극장의 난해한 콘텐츠…광주 아시아예술극장 개관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정부 예산 8000억원이 투입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했다. 전체 면적 약 16만1000㎡에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5개원이 들어섰다. 이가운데 예술극장은 지난 4일 차이밍량의 ‘당나라 승려’를 시작으로 오는 20일까지 개관 페스티벌 참가작 33편을 선보인다.

예술극장은 1120석 규모의 가변형 대극장(극장1)과 512석 규모의 중극장(극장2)로 나뉜다. 이 가운데 극장1의 개관작은 대만 출신 영화감독 차이밍량의 연극 ‘당나라 승려’였다. 차이밍량은 1994년 영화 ‘애정만세’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거장이다.

아시아문화전당 전경.[사진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에 들어서자 ‘당나라 승려’의 주인공인 당나라 승려 현장법사가 가로 8m, 세로 4m 규모의 흰 종이 위에 누워있었다. 극장1의 한쪽 벽면이 완전히 열리면서 공연은 시작한다. 가변형 좌석 200석에 앉은 관객 뿐만아니라 극장 바로 앞 야외계단에 앉아있는 시민들도 관객이 된다. 자연 바람과 풀벌레 소리가 에어콘이나 배경음악 대신 전해진다.

아시아예술극장 극장1 내부.[사진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현장법사는 1시간 동안 누워있고, 그의 주변에서 화가가 목탄으로 거미를 수차례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이윽고 현장법사가 일어나 천천히 차를 마시고, 복숭아 하나를 먹었다. 이후 현장법사는 종이 위를 느릿느릿 걸었다. 공연 시간 2시간 20분 동안 대사는 한마디도 없었다. 열린 문으로 현장법사가 사라지며 공연은 막을 내렸다.

김성희 예술극장 예술감독은 “차이밍량은 초단위로 장면들을 보여주는 할리우드에 저항해 ‘슬로우 시네마’를 추구해왔다”며 “‘당나라 승려’는 해외에서는 사방이 막힌 평범한 극장에서 공연했지만 이번에는 열고 닫을 수 있는 극장1을 주인공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연극 ‘당나라 승려’의 한 장면. [사진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빠른 속도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느림’의 가치를 일깨워주려는 의도였지만, 이를 견디지 못한 관객 수십명은 공연 도중 밖으로 나가버렸다. 눈을 감고 있거나 하품을 하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개관 페스티벌 참가작 중에 하나인 ‘봄의 제전’도 실험성이 강한 작품이었다. 50분 내내 로봇이라고 불리는 분사기에서 소뼈 가루가 뿜어져 나온다. 소 75마리에서 나온 뼈가루 6톤 규모다. 100여년 전 원시적인 리듬 등을 선보여 발레계의 혁명이라고 불린 ‘봄의 제전’이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로메오 카스텔루치는 이번 작품을 통해 문명에 대한 성찰을 시도했다.

퍼포먼스 ‘봄의 제전’의 한장면.[사진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홈페이지에는 “‘봄의 제전’은 죽음과 현존의 기이한 경계를 물화시킨다.…무대는 현전하는 비언어와 언어적인 현전을 서로 환원시키는 연금술의 장이다” 등 난해한 소개가 전부다. 공연 전문가가 아닌 일반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 어려운 용어들이었다.

예술극장은 오는 10월부터 내년 5월까지 2015-2016 시즌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아시아 동시대 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기 위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앞서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개관 페스티벌 참가작 뿐만아니라 시즌 프로그램 역시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김 예술감독은 “시즌 프로그램 공연의 80% 이상은 ‘작가와의 대화’를 개최해서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관객들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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