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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사시 존폐’ 법조계 정면충돌…밥그릇 싸움?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 존폐를 놓고 법조계 내 힘겨루기 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법학대학 교수 단체가 신경전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처음으로 집단 대응을 시작했다.

로스쿨 변호사 600여명이 모인 ‘한국법학전문대학원법조인협의회’(한법협)는 4일 공식 발족하고 사시 폐지를 위한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사시 존치를 주도하고 있는 기존 변호사단체와 정면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헤럴드DB

▶사시논란 왜 지금일까?=사시 존폐 논란이 최근에야 불이 붙은 것은 당장 내년부터 사시 폐지가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사시 1차 시험은 2016년 마지막으로 치러지게 된다. 2차 시험은 2017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2018년부터는 법조인 양성제도가 ‘로스쿨-변호사시험’ 체제로 일원화된다.

사시 폐지는 2007년 7월 ‘로스쿨법’(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예견됐던 일이었다. 또 2009년 제정된 변호사시험법 부칙에는 사시를 2017년까지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로스쿨 측에서는 이 같은 점을 근거로 사시 폐지는 이미 결론이 난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로스쿨법 통과 과정을 문제삼는다. 로스쿨법이 사학법 개정과 맞교환하기 위해 졸속으로 이뤄진 여야 간 ‘빅딜’의 결과에 불과하다는 것. 또 변호사시험법에 201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시 존폐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부대의견이 첨부됐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특히 내년 4월 총선 전 이번 19대 국회에서 사시 존치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새누리당 김학용ㆍ노철래ㆍ함진규ㆍ김용남ㆍ오신환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 5건이 계류돼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조경태 의원이 사시와 로스쿨을 병행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신분상승 사다리 vs 현대판 음서제=최근 로스쿨은 ‘현대판 음서제’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비화되며 집중포화를 맞았다. 포털사이트에서 로스쿨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음서제’, ‘국회의원 자녀 취업’ 등의 단어가 따라붙을 정도다.

로스쿨 측은 이런 ‘프레임’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로스쿨이 사시보다 저소득층과 지방대 출신에 더 유리하고 대학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해명자료까지 냈다. 

협의회 측은 “사시 준비에 따르는 1인당 비용은 8000만원 이상이고 수험기간에는 4.79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단은 지난달 31일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사시 존치론자들은 사시가 서민을 위한 희망의 사다리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틀린 주장”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사시 존치 진영에선 로스쿨의 비싼 학비(연간 1500만원)와 낮은 교육의 질, 불투명한 변호사시험 등을 비판해 왔다. 사시야말로 학벌이나 재산에 상관없이 누구나 응시할 수 있고 성적으로만 평가받는 공정한 방식이란 주장이다.

▶밥그릇 싸움?…의심의 눈초리도=사시 존폐 논란이 가열되자 일각에서는 “결국엔 기득권끼리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이란 불만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2012년부터 매년 변호사시험에서 1500명의 합격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이제 전체 변호사 사회에서 로스쿨 출신 비율은 5명 중 1명 꼴로 늘었다. 로스쿨로 단일화되는 2018년 이후에는 그 비율이 더 높아진다. 사시 존폐 논쟁의 본질이 업계 주도권을 둘러싼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의 자존심 싸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 로스쿨 체제에 의한 법조인 대량 배출로 법률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법률서비스 가격이 인하되는 것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있다. 현직ㆍ교수단체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고시생은 최근 분위기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커진 것은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이미 법조인이 된 이들보다는 수험공부에 치여 목소리 내기 힘든 고시생이나 로스쿨 학생들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외사례는?…獨은 ‘유턴’=해외에서도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가 사회적 문제가 된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1971년 로스쿨을 도입한 독일의 경우, 13년 간 로스쿨과 사시를 병행하다가 법조인 질 저하, 과도한 비용 등을 이유로 결국 로스쿨을 폐지하고 사시 단일체제로 돌아갔다.

일본은 2004년 로스쿨을 도입해 사시와 병행하면서 로스쿨 출신의 역량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연간 1000만원 가량의 학비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로스쿨 출신자의 신(新)사법시험 합격률은 50%도 안 되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로스쿨을 나오지 않더라도 예비시험을 통과하면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주는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하면서 로스쿨 외면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최근엔 지원자 감소로 로스쿨 통ㆍ폐합이 가속화하고 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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