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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가율 뛰면 집값도 뛴다?’…오해입니다
수도권 전세가율 평균 70%시대 오해와 진실

조사기관마다 표본·방법 제각각
높은 전세가율 집값 상승과 연결 안돼
“시장 수급·개발호재등 고려해 따져봐야”


주택시장이 가을 성수기로 들어서면서 또다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평균 전세가율 80% 이상인 지역이 나타나고, 본격적인 매매가격 상승을 알리는 신호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전세가율’에 대한 막연하고 잘못된 상식도 많다. 전세가율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소개한다.

재건축 단지가 많은 지역은 전세가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 모습.

▶‘전세가율’ 지표는 객관적이다?= 전세가율은 ‘기준금리’나 ‘환율’처럼 어느 은행이나 동일하게 기준으로 삼는 객관적인 지표가 아니다. 조사 기관마다 전세가율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다.

국민은행 기준으로 8월수도권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성북구(80.1%)다. ‘수도권 첫 전세가율 80%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한국감정원의 조사로 성북구 전세가율은 77.4%다. 한국감정원 기준으로는 인천 동구(81.2%)나 오산시(81.1%)가 수도권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서울 강동구 전세가율은 국민은행 기준으로 70.4%로 높은 편이지만 한국감정원 기준으로는 61.3%에 머물러 10% 가까이 차이가 난다. 강남구 전세가율도 국민은행에선 62.7%라고 발표했지만, 한국감정원에선 55.2%에 불과하다. 양주 전세가율은 국민은행 기준으론 59.3%로 낮은 편인데,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6.4%로 그다지 낮지 않다.

이런 차이는 조사기관마다 조사 대상이 되는 ‘표본’과 ‘조사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전세가율 통계는 조사비용, 시간 등을 고려해 전수조사가 불가능하다. 표본을 뽑아 진행한다. 강남구의 경우 표본에 전셋값이 싼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많이 포함시켰으면 전세가율이 낮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전세가 비싼 중소형 아파트가 몰린 단지를 표본에 많이 넣으면 지역 전체 전세가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국민은행이나 부동산114 등 부동산정보업체는 중개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시세를 바탕으로 전세가율을 뽑지만 한국감정원은 감정평가사들이 감정한 시세를 바탕으로 한다”며 “이런 조사방법의 차이가 전세가율 결과치의 차이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세가율을 어디서나 똑같이 적용되는 객관적인 지표로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전세가율과 주택가격 상관관계 크다?= 전세가율이 관심을 끄는 건 아무래도 집값 변동에 주요한 변수라는 상식 때문이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돈을 조금 더 보태면 집을 살 수 있으니 매매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달 국민은행 기준으로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80.1%), 강서(77.8%), 구로(77.4%), 서대문(75.2%), 중구(75.2%), 관악(75.0%) 순이다. 그런데 올해 1~8월 성북과 강서는 아파트값이 4.15%, 4.45% 각각 뛰어 서울 평균 상승폭(2.63%)을 넘지만, 중구는 1.89% 오르는데 그쳐 평균에 한참 못미친다.

지난달 광주 남구 전세가율은 79.6%로 전달(80.2%)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82.6%까지 올랐다가 조금 빠졌다. 그런데 이 지역 전세가율은 2001년2월 이후 등락을 반복하긴 했지만 변함없이 70% 이상 유지했다. 10년 이상 전세가율이 이렇게 높았는데 집값은 많이 올랐을까.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1년2월부터 지난달까지 14년6개월 동안 99.73% 오르는데 그쳤다. 전국 평균(131.71%)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낮으면 전세가율이 높다고 반드시 집값 상승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전세가율 낮은 지역 ‘집값 버블’ 증상?= 전세가율이 낮은 지역은 집값에 거품이 낀 것이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상식도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매매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실수요자가 받쳐주지 않으니 전세가격이 낮게 형성되면 전세가율이 낮아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얼핏 생각하면 이런 상식은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지역을 이 기준으로 볼 필요 는 없다. 

"예를들어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과천(54.8%), 강남(55.2%), 서울 용산(60.3%)은 수도권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낮은 지역이다. 이들 지역 아파트값에 거품이 낀 걸까? 꼭 그런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재건축, 재개발 대상이 많아 매매가격은 미래가치(개발후 가치)를 반영해 높은데 전셋값은 많이 낮다. 용산은 전통적인 부촌이고, 강남도 전국에서 최고가 아파트가 가장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발 호재가 몰려 있다. 향후 수도권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곳으로 이들 지역이 늘 첫번째로 꼽힌다. 낮은 전세가율이 향후 가장 미래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여지도 있는 셈이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가율은 그 자체만으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시장별 수급여건, 개발 호재 여부, 매수심리 등 다양한 요인과 함께 고려해 전세가율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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