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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를 손금보듯 샅샅이…‘싱크홀 사고’ 원천봉쇄
지반침하·도로꺼짐 곳곳서 발생
안전공단, 선제대응 차원 지반조사
올해 말까지 총 129곳 현장조사

GPR장비로 빈공간 영상자료 찾아
지자체로 보내 후속조치 마련


지난 24일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관문사거리 교차로 앞. 커브길 위로 ‘위험, 천천히 65m 전방 사고잦은 곳’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달려온 차량들이 표지판 아래에 설치된 과속방지턱 앞에에서 기우뚱거리며 ‘덜컹’거렸다. 차량 움직임이 불안한 곳에는 보수공사로 덧댄 도로면이 일부 내려 앉아 있었다. 지반침하가 진행되고 있거나, 내부에 싱크홀(공동)이라도 있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곳이다. 

과천시가 도로지반조사를 의뢰한 구역. 보수공사로 던댄 도로 위로, 경계석이 내려앉은 모습이 보인다.

이날 현장에는 한국시설안전공단(이하 안전공단)이 과천시의 의뢰로 내려앉은 도로에 대한 지반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안전공단은 교량, 터널, 댐, 하천, 도로 등 국가 주요시설물의 정밀안전진단, 안전관리 등을 맡고 있는 공기업으로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최근 마우나리조트 붕괴, 세월호 사고 등 대형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도심에서 지반침하 현상과 싱크홀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안전공단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전문인력과 장비를 갖춘 ‘지반안전본부’와 ‘건설안전안전본부’ 등의 조직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 필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다. 

이날 현장에서는 로드카트와 멀티안테나가 달린 G P R차량이 동원됐다. 사진은 800MHz 안테나 가 달린 로드카터.

이날 현장에서 지반조사를 진행한 이들은 안전공단 지반안전본부 소속 연구원으로 구성된 조사팀. 11명의 소수정예로 구성된 지반조사팀으로 2인1조로 전국을 누비며 싱크홀 진단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800MHz(메가헤르츠), 1200 MHz, 2300MHz 안테나 등의 GPR 장비로 정밀 조사를 하고 있었다. GPR은 안테나를 통해 지반에 전자기파를 쏘고, 돌아오는 전자기파로 영상을 도출해내는 지반조사 장비다. 주파수 숫자가 낮을수록 깊은 노면을, 높을수록 얕고 상세한 노면을 검사할 수 있어 이를 종합하면 ‘손금’같은 지반 영상이 완성된다.

이들은 차량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지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지반을 분석해 나갔다. 이렇게 도출된 영상과 분석보고서를 해당 지자체에 보내면 지자체가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하게 된다.

안전공단이 지난 4월부터 이렇게 현장에서를 도로지반조사를 진행한 곳은 57곳. 57곳중 30곳은 지반침하가 일어나고 있거나 지반이 함몰됐으며, 5곳은 싱크홀 현상이 나타났거나 예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싱크홀은 노면에서 5~6m깊이에 구멍이 발생한 것으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 안전공단의 설명이다. 안전공단은 올해 말까지 총 129곳(57곳 포함)의 현장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현장에서 조사를 진행한 안전공단의 정진태 지반안전본부 연구원은 “안전공단은 증상이 짙어지기 전 암진단을 하는 진단전문의사와 같다”면서, “도로는 언제나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어 지층 내부 분석을 통해 이를 미연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전공단은 싱크홀에 대한 사전 예방 외에도 노후시설물 안전관리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안전공단에 따르면 현재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대형 기반시설 약 1만9500여개 정도로 이 중 30년이 지난 노후시설물은 1800여개나 된다. 이들 가운데 교량과 하천시설, 댐, 하수도 등이 포함돼 관리가 부실할 경우 또 다른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상로 시설안전본부장은 “대형 시설물 뿐 아니라 사회복지시설, 농어촌교량, 육교, 지하도, 옹벽 등 소규모 기반시설도 오래된 곳이 많아 안전점검이 필요한 곳이 많다”며 “시설물 안전에 대한 제보가 들어보면 신속히 현장에 출동해 긴급 안전점검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관리 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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