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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기치 않은 죽음까지 몰고오는 극단적 시위, 그 배경은?
[헤럴드경제=박혜림ㆍ이세진 기자]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자살 시위’가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불통’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한편, 좌절감, 분노 조절 장애 등 개인의 심리적 문제도 적잖이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24일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불통이 반복되다 보면 ‘의사전달’ 자체가 주 목적이 돼버릴 수 있다”면서, “이같은 집착이 결국 극단적인 방법까지 불러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에게 의사조차 전달하기 힘든 상황이 개인으로 하여금 목숨을 담보로 한 시위까지 불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실제 극단적인 행동을 통해 의사를 관철시키는 일이 벌어지니, (자살 시위가)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통으로 인한 좌절감, 분노도 개인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 요소다. 곽 교수는 “좌절의 연속으로 무기력증, 우울증 등을 앓다가 삶의 목적까지 상실해 이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다”면서, “여러차례 항의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분노도 적잖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자살이라는 수단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영웅심리가 발동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부조리한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심리, 정의와 진리가 통용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초월적 면모를 보이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겠다는 영웅심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적 행동은 때론 안타까운 결과를 낳기도 한다. 지난 2013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는 “남녀평등을 넘어 인간평등으로 가는 사회를 추구하지만 우리는 늘 돈과 싸워야 했다”며 자신의 목숨을 걸고 1억원의 후원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남성연대에게 마지막 기회를 달라”며 마포대교에서 몸을 던졌다. 그러나 성 대표 사망 이후 남성연대는 그가 “자살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정한 의미의 양성평등 이슈’를 만들기 위해 퍼포먼스를 벌였다는 것이었다.

양윤 이화여대 소비심리학과 교수는 “자살 투쟁을 벌였다 생존하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죽음으로 하여금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는 분들이 많지만, 이유가 어찌 됐건 목숨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좌절을 느끼더라도 분노로 인해 충동적 행동을 벌여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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