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투신, 분신…‘불통’ 대한민국, 소통의 부재가 극단적 선택으로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투신(投身) 과 분신(焚身)’

최근 한국 사회에서 자살로서 할 말을 남기겠다는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원만한 민주적 절차나 의사소통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자기희생을 하더라도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것. 그러나 이는 민주화 이전의 과거 한국 사회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던 방식이라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부산대학교에서는 총장 직선제 사수를 주장하던 고현철(54)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총장은 약속을 이행하라”고 외친 후 캠퍼스 본관에서 투신했다.

그는 유서에서 “대학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면 총장 직선제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이를 위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고 썼다.

부산대에 따르면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지난 2011년 직선제로 치러진 총장선거에서 “직선제를 목숨 걸고 사수하겠다”고 공약해 당선됐으나 이후 말을 바꿔 지난 6월 차기 선거를 간선제로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실시된 교수 총투표에서 직선제를 지지하는 교수가 84%로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이는 학교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고씨의 투신 이후 총장은 그의 사망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학교는 그제서야 총장 직선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순 마련에 나섰다.

앞서 12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최헌열(81) 씨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수요집회 도중 분신했다. 전신 56%에 화상을 입은 그는 21일 오전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

최씨는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남겼다.

이 글에는 “광복이 되어 나라는 찾았어도 친일파 민족반역자들과 일제에 동조했던 부유층은 거리를 떵떵거리며 활보하고 독립유공자 자손들은 거리를 헤매고 있지만 한일관계를 우리 손으로 해결해 놓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과거사 청산 문제에 최씨가 느꼈던 답답함과 좌절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현철 교수와 최헌열 씨의 동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에 마지막 발언을 하는 수단’으로 죽음을 택한 것.

전태일 열사의 분신과 같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권력의 부당함에 맞서 사회적 약자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기 위해 희생을 결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화 된 한국 사회지만 여전히 문제 해결을 위한 원만한 소통이 어렵 합의에 이르는 절차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같은 민주적 정책 결정 절차가 정착되면 이같은 안타까운 희생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jin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