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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간미수 혐의' 여성, 왜 무죄났나?
-국선변호인 집념의 변론…검ㆍ경 ‘부실수사’도마에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형법 개정 이후 여성으로는 처음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전모(45)씨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국선 변호인의 집념이 주목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과 경찰의 수사 과정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 이동근)는 전씨의 국민참여재판 마지막 기일에서 “배심원들의 판단을 존중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전씨를 무죄로 봤다.


배심원들은 전씨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내연남 A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 중 상당수가 A씨로부터 폭행당한 전씨의 혈흔인 점과 강간을 시도하는 전씨가 수면유도제인를 A씨와 함께 먹었다는 사실 역시 배심원의 이런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국선변호인들 주말까지 반납하며 준비=앞서 검찰은 전씨가 “헤어지자”는 A씨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달라고 애원하며 A씨를 유인해 수면제를 먹이고 강간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A씨를 결박하고 둔기로 머리를 내려쳤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국선변호인 김현정(33ㆍ변호사시험 1회) 변호사와 김정윤(40ㆍ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전씨를 접견하는 한편, 주말이면 가족까지 동원하며 전씨의 집 주변을 탐문했다.

또 전씨의 정신과 감정의를 증인으로 요청해 “전씨의 지적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고 일상을 벗어나면 이에 반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증언을 끌어내는 한편, 현장에서 검출된 전씨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나온 사실 역시 파고 들었다.

▶전씨 진술 배척한 검ㆍ경 부실 수사=한편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전씨의 진술을 배척하고 내연남의 진술만을 채택해 수사한 검찰과 경찰 역시 책임을 벗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연남 A씨로부터 가학적 성관계를 요구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내연남이 전씨를 폭행한 것 역시 쌍방이 모두 인정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전씨만을 기소하고 내연남 A씨의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줬다. 핵심 증거로 채택된 전씨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 역시 소홀히 다뤄졌다.

앞서 전씨는 지난해 8월19일 새벽에 이별을 요구하는 내연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잠든 그의 손발을 노끈으로 묶고 성관계를 시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전씨에게 강간미수죄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도 경찰의 수사 내용을 대부분 받아들여 같은 혐의로 전씨를 기소했다.

2013년 6월 형법상 강간죄의 피해 대상이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된 이후 여성 피의자에게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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