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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 대비 성능 어때?>화질 알아서 척척 만능 미러리스…아날로그식 화면 뷰어엔 아쉬움
소니 디지털카메라 ‘RX100Ⅳ’
낯선 곳으로의 여행. 예전이라면 커다란 카메라가 동행했지만, 요즘에는 스마트폰이 대신한다. 제주도의 맑고 푸른 바다 앞에서도, 구름 사이 햇살에 더욱 빛나는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도 폰카를 드리미는 모습은 이젠 낯설지가 않다.

사진을 고급 인화지로 뽑아, 앨범에 하나하나씩 끼워넣는 대신, 5인치 디스플레이로 한번 쓱 보고 지나가는게 전부기에 폰카정도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고급 폰카의 조리개, 화이트밸런스 조절 기능이 번거로울 뿐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폰카 덕분에 사진 찍기가 일상화 되면서, 더 좋은 사진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 그냥 내 얼굴만 잘 나오는 것은 부족하다. 포커스 조절도 잘 되야 하고, 색감도 더 아름다워야 한다. 물론 그러면서도 찍기는 편해야 한다.


이런 이중적인 사진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들며 요즘 득세하는 것이 바로 하이엔드 미러리스 카메라다. 렌즈를 바꿔 끼울 필요도 없이, 카메라가 스스로 판단해 최고의 화질을 찾아주면서도, 결과물은 사진작가나 사진기자들의 DSLR 작품 정도가 나와야 한다. 한 마디로 만능박사 카메라다.

소니가 올해 여름 국내에 선보인 RX100Ⅳ 정도면 어지간히 까다로운 소비자라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뉴욕 출장길에 함께한 RX100Ⅳ의 마지막 느낌은 “100만원 값을 충분히 하는구나”였다. 투박스럽기까지 한 검은색 외관에, 고급 카메라가 맞나 싶은 작은 크기 카메라에 붙은 100만원의 가격표는 처음에는 언밸란스해보였지만, 찍은 결과물들을 보며 점차 사라졌다.

칼자이스 T*렌즈, 1/32000 초고속 셔터 스피드, 초고속 AF, 1인치 크기 2100만 화소 DRAM칩 탑재 Exmor RS CMOS 센서 같은 사양표의 숫자처럼, RX100Ⅳ의 성능은 화려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찍은 풍경 사진은, 크고 작은 구름의 세밀한 주름 하나하나, 또 그 사이를 비집고 강 위를 비추는 햇살 한가닥 한가닥까지 정확하고 아름답게 담아냈다. 유리로 된 고층 빌딩에 비친 뭉개구름의 모습도, 강물 위에 비친 자유의 여신상도 그대로였다. 제 아무리 뛰어난 스마트폰 카메라라도, 실제 담아내기 어려운 장면을, RX100Ⅳ은 자동 모드에서도 쉽게 그렸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피사체, 즉 뛰노는 아이들,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는 야구공도 RX100Ⅳ으로 찍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초당 16장까지 찍을 수 있는 연사기능과 0.09초의 초고속 AF를 표현하는 광고가 과장이거나 헛된 숫자 놀음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화면 뷰어가 터치방식이 아니라는 점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익숙해진 사람을 순간적으로 당황하게 만들었다. 특정 피사체를 강조하기 위해 포커스를 손가락 터치로 고정시키는 것도, 몇 가지 설정을 바꾸는 것도 동그란 다이얼에 의존하다보니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109만9000원이라는 소니 공식 홈페이지의 RX100Ⅳ 가격은 분명히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카메라는 잘 모르는 기계치지만, 사진만큼은 남들 못지않게 찍고싶다면, 충분히 구매해볼만한 제품이다. 100년,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쟁쟁한 경쟁사 제품을 모두 제치고, 어느새 국내 미러리스 시장 1위에 오른 소니의 진가를 그대로 담은 카메라가 바로 RX100Ⅳ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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