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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비운의 황태자’ 故이맹희, 사후에 ‘三星장자’로 거듭나다
떠나기전 소송 포기 등 모든 것 내려놓아…이재용 부회장 등 범삼성一家 빈소 조문…양측 화해 본격화 시각도
인생사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한여름밤의 꿈…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

비운의 황태자이자 풍운아였던 고(故) 이맹희(84) CJ그룹 명예회장에 대해 언뜻 드는 느낌이다. 사람의 운명은 알수 없고, 모든 것은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간에 대한 스스로의 겸손과 자성도 가슴 속 깊이 꺼내진다. ▶관련기사 11면ㆍ21면

고 이 명예회장 장례식장이 서울대병원에 18일 마련됐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일반객 조문을 받았다. 앞서 전날인 17일에는 범삼성가 일가족이 조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와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빈소를 찾았다. 생전 이 명예회장은 동생 이건희 회장과 소송을 벌였고, 형의 별세로 인해 남아있던 앙금은 최소한 둘 사이엔 ‘옛날 일’로 남게됐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일가가 빈소를 찾으면서 양측의 화해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재계는 이 명예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과거의 아픈 상처를 덮고 CJ 측과 삼성 측이 반목하는 일을 경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삼성가(家)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그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1962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했고, ‘장자 승계의 원칙’에 따라 일찍부터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른바 ‘한비사건’은 그의 인생에 가장 큰 변곡점을 만들었다. 1966년 삼성 계열사인 한국비료가 부산세관을 통해 사카린 2259포대(약 58t)를 밀수한 뒤 판매하려다 정부 당국에 적발된 한비사건으로 호암 이병철 회장은 은퇴한다.

호암을 대신해 그는 제일제당 대표이사와 삼성물산, 삼성전자 부사장 등 그룹 주요 직위에 올라 공식 후계자로 급부상했지만,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지는 못했다. 경영 능력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한비사건 관련 ‘청와대 투서’에 그가 연루됐다는 의심까지 받으면서 부자 관계가 틀어졌다. 우여곡절의 세월을 ‘묻어둔 이야기’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통해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사연이 깊은 만큼 그의 울분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는 건강이 좋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2012년 2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7000억원대 재산 반환 소송을 냈다. 다행히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모든 것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소송을 포기하고 형제간에 화해하기로 한 것이다. 비운의 황태자. 그에게 붙은 타이틀이지만, 이젠 그것조차 내려질 것 같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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