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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개 단 일본소설…씁쓸한 한국소설
10년새 판매 40%↑…2010년 이후 최대
퍼즐 맞춰나가는 재미 추리소설 인기
‘흥행보증수표’ 히가시노 몸값도 급등



일본소설이 국내에서 2010년 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일본소설 판매량은 40%나 늘었다. 최고 인기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경우 선인세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판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소설의 부진 속에 일본소설이 날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소설 출간종수는 1132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일본소설은 10년 전인 2005년에는 437종에서 꾸준히 증가하며 2010년에는 거의 두배인 926종으로 늘었다. 이후 2013년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1132종으로 다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7월 기간에만 658종을 기록, 연말에는 지난해 출간종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소설 판매량도 2006년 기준 40% 늘었다. 판매량 역시 2010년에 최고 정점을 찍고 이후 다소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일본 책을 주로 거래하는 에이전시에서도 확인된다. 임프리마 코리아 에이전시에 따르면 최근 출판사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일본 아마존닷컴 100위권 안에 들어오는 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신원에이전시는 히가시노 등 몇몇 주요 인기작가를 중심으로 판권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한다.

최근의 일본 붐은 2000년대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인기였던 에쿠니 가오리를 비롯, 요시모토 바나나, 온다 리쿠 등 가볍고 담백한 일본 여성 작가군에 대한 관심은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 대신 일본소설과 추리소설을 동일시하는 분위기로 굳어져 관련 작가들만 인기를 끄는 추세다. 그 중에서도 히가시노의 독주가 수년째 이어지는 극심한 쏠림현상이 특징이다. 2012년 출간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수년째 베스트셀러를 이어가며 현재 50만부 가까이 판매됐다.

신원에이전시 관계자는 “현재 히가시노와 미야베 미유키를 제외한 나머지 작가들은 초판을 넘기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출판계에서 히가시노의 작품은 흥행보증수표로 통한다. 당연히 히가시노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선인세가 억대에 이르고 있다. 출판사 재인의 박설림 대표는 “10년 전에 비해 히가시노의 선인세가 20배는 오른 것 같다”고 전했다.

갈릴레오 시리즈가 국내 출간되기 시작한 초기만 해도 선인세가 2000만원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최소 2억원은 된다는 얘기다. 그래도 판매가 보장되는 몇 안되는 작가이기에 출판사들은 판권을 따내려 무리를 하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 출간된 히가시노의 갈릴레오 시리즈 신작 ‘라플라스의 마녀’, ‘금단이 마술’ 등도 치열한 경합이 진행중이다. 히가시노의 두 작품이 동시에 나오기는 드문 일로 최근 뜨거운 인기를 감안할 때 선인세 최고가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다작을 하는 히가시노의 경우 미출간된 과거 작품도 줄줄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출간한 현대문학은 히가시노의 ‘매스커레이드 호텔’ 시리즈인 ‘매스커레이드 이브’를 막 출간했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 히가시노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출간해온 재인의 경우 미출간 작품을 10여권 보유하고 때를 보고 있다.

히가시노의 인기는 무엇보다 탁월한 스토리에 있다. 추리범죄 소설은 얼마 전까지 주로 남성들의 독서 영역이었지만 최근 20, 30대 여성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들의 경우 유혈이 낭자한 서술보다 심리적이고 퍼즐을 맞춰나가는 재미와 독특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히가시노의 경우 이런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르물이면서도 인간에 대한 이해와 감성을 깔고 있어 한국독자와 감성코드가 잘 맞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설림 재인 대표는 “독자들이 무게만 잡는 순수문학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문학을 즐기는 추세”라며 히가시노의 인기가 상당기간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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