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제 살리자’면서 ‘복권 없는 사면’... 비정상 경영활동 불보듯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던 2013년, 기업 오너들이 우르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 이수화학 김상범 회장 등이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책임경영’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실제로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한 오너들이 등기임원으로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일었다.

광복70주년 기념 8ㆍ15 사면 대상자에 기업인이 최소화되고, 포함된 기업인마저 ‘복권’은 되지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재계에서는 정부가 이러한 ‘꼼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면을 받으면 남은 형기가 면제되지만, 복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법상 등기이사에 취임할 수 없다. 상장사의 경우 자본시장법 제24조 임원 결격요건에 해당해 임원을 맡을 수 없게 된다. ‘복권 없는 사면’으로 풀려난 기업 오너들은 법적으로는 기업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셈이다.

기업 오너들이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 경영 풍토상, 비정상적인 경영참여가 오히려 사회적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여론의 눈치를 보는 기업 오너들이 경영활동을 자제한다면, 경제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특별사면의 당초 취지가 희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11월 삼성과 한화의 ‘빅딜’과 관련한 영향력 행사 여부 논란에 휘말렸다. 현재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김 회장은 상법상 등기이사에 복귀할 수 없어 공식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다.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등기이사가 아니여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태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이사직을 맡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총수로서 권한만 누리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이는 회사와 주주를 능멸하고 사법질서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김 회장은 서울 시내 면세점,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 등 굵직한 그룹 현안에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회장의 경우에는 사면과 함께 복권이 이뤄져야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할 수 있다.

‘복권 없는 사면’으로는 오너들의 해외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2011년에만 남미, 동남아, 중동, 유럽 등 20개국에서 73회의 면담을 주도하고, 2012년에도 중남미와 호주, 중동, 동남아에서 왕성한 경영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복권이 이뤄지지 않아 등기이사를 포함한 기업 공식직함을 가질 수 없다면 해외 사업에서 협상을 주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해외 수주 및 투자시에는 협상 파트너가 이사회에서 차지하는 공식 직함이 매우 중요하다. 최종 사인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면 아무리 기업 오너라고 해도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 경쟁입찰에 나설 때 경쟁사에서 오너의 복권여부를 문제삼아 공격을 해올 수 있고, 협상파트너사도 낙찰 결정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기업 오너들이 대주주로서 기업의 중요의사결정에 영향력만 행사하고, 책임은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나라 상법 제401조의2 제2항은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는 등기이사와 동일한 책임을 지게하고 있지만, 실제로 법원에서 이 업무집행지시자의 책임이 인정된 사례는 없다. 등기이사에 올라있지 않으면 오너 결정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오너만의 과감한 경영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업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라도 기업 총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wor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