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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확성기 심리전 정도로 ‘혹독한 조치’라 할 수 있나
북한군이 우리측 비무장지대(DMZ)에 매설한 지뢰로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재개했다. 합참이 대북 경고성명에서 “도발에 상응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첫 조치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한 심리전은 북한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아킬레스건’이다. 김씨 3대 세습과 독재 권력의 부도덕성이 북한 내부로 전파되면 체제 유지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북한이 방송을 재개하면 ‘조준 사격’을 하겠다며 엄포를 놓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 2004년 남북 장성급 회담 합의에 따라 중단된 이후 천안함 폭침때도 재개하지는 않았다. 군으로선 일차로 빼들만한 카드다.

그러나 이 정도가 군과 국민들의 직간접 피해에 상응하는 ‘혹독한 조치’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민간지역 포격 등 그동안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 마다 정부와 군 당국은 ‘강력한 군사적 조치’를 천명했다. 하지만 실제 행동에 옮긴 건 거의 없다. 그나마 이번 확성기 방송도 전면적 실시가 아닌 해당 지역 2개소로 한정돼 있다. 그러니 북한이 제집 드나들듯 도발을 해도 매번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한다는 국민적 불만과 피로감이 쌓이는 것이다. 이번에도 변죽만 울리다 유야무야 넘어가면 이 나라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능력이 있는지 근본적 회의감이 들게 될 것이다. 군과 정부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물론 군 당국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더 강력한 추가 조치’를 하겠다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북한이 매설한 게 확실하다고는 하나 최신 열상감지장치와 CCTV 등 첨단 경계장비로도 정확한 장면을 포착하지는 못했다. 그러니 ‘도발 원점, 지원 세력, 지휘세력 응징’은 당장 어렵다. 그렇다고 북한측 전방초소를 무작정 포격할 수도 없는 일이다. 되레 추가 도발의 빌미만 줄 뿐이다. 강력한 응징이 어려운 건 군이 경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얘기다.

문제는 다시는 북한이 감히 도발할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DMZ 전역으로 확산하고, 타격 등 추가 도발에는 가차없이 응징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규모와 장비를 대폭 늘려 북한을 압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남남 갈등없이 국민 모두가 확고한 안보의지를 보이는 것이 북한 도발을 막아내는 최선의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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