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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Global] 리더의 정년은 언제?
‘투자귀재’ 워렌 버핏은 최근 370억 달러짜리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이제 그r의 ‘버크셔헤서웨이’는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10여개를 소유하게 됐다.

그런데 85세에도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은 모양이다. 그는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제 490여 마리의 물고기가 남았다. 낚시대는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며 다음 투자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템플턴이머징마켓펀드’로 유명한 마크 모비우스. 올 해 만 78세인 그가 5년전 수익률 부진 속에 펀드 운용에서 손을 놨을 때 ‘유통기한이 너무 지났다’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요즘도 여전히 세계를 돌며 신흥국 투자강의를 하고 있다. 2년 전 진짜 은퇴를 언제쯤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는 “투자도 와인과 같다. 오래될수록 더 좋아진다”라고 받아 넘겼다.

지난 해 초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이던 ‘채권왕’ 빌 그로스는 수익률 부진으로 곤혹을 치러야 했다. 70세인 그의 나이도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그 역시 “나의 배터리는 110% 충전됐다. 앞으로 40년 동안은 충분히 달릴 수 있다”고 맞섰다.

도대체 최고경영자(CEO)나 리더의 정년은 언제인가?

미국의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98세까지 장수했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와 자동차왕 헨리 포드도 84년을 살았다. 록펠러는 73세 때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포드도 일흔이 되기 전에 경영권을 넘겼다. 카네기는 66세부터 자선사업에만 열중했다.

뛰어난 리더의 정년은 명확하지 않다. 오랜 경험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하는 이른 은퇴도 손해지만, 물러날 때를 놓치는 것도 문제다.

최장수 황제로 꼽히는 청나라 건륭제(乾隆帝)도 84세 때 일단 아들 가경제(嘉慶帝)에게 황위를 물려줬다. 하지만 양위 후 사망 때까지 4년간 계속 실권을 놓지 않았다. 건륭제는 집권 후반 부정부패에 대한 단속이 느슨해져 측근들이 엄청난 부정축재를 저질렀다. 가경제는 양위를 받고도 상당기간 건륭제의 위세 탓에 이를 바로잡지 못한다. 늦어진 개혁으로 결국 백련교의 난 등 민란이 발생하고, 이후 청은 급격히 쇠퇴한다.

나이가 들어도 기력이 쇠퇴하지 않는 게 노익장(老益壯)이다. 기력이 부족해지는 데도 권한을 놓지 않으면 측근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측근의 탐욕을 부르기 쉽고, 분쟁과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러날 때를 잘 알고, 후계를 분명히 하는 것은 동서고금에서 가장 중요한 화식(貨殖)의 지혜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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