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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式 고용 창출, 초유의 실험
한국노동硏 연구용역 보고서
평균임금보다 덜 받고
연공급 아닌 숙련도 따라 지급
줄인 임금으로 공장 증설
별도법인 세워 자동차 생산

기아차노조집행부 지지선언
광주시, 현대차그룹 설득 중



광주시에서 진행되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창조모델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근로자들이 기존보다 임금을 덜 받는 대신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고 노동의 질의 높이는 방식이다. 사회적 합의 속에 광주식 노동개혁이 뿌리내릴 경우 경직된 노사문화를 개선시키고 일자리 증대의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관련기사 13면

10일 광주시청에 따르면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형태로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가 최근 나왔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광주형 일자리의 기본 개념은 지역에 신규 민간투자를 유치해 산업기반을 확대ㆍ조성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노동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개혁하고 나아가 지역경제 사회통합 까지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기아차 광주공장 직원들이 받는 임금보다 덜 받는 ‘적정임금’이 도입돼야 한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연구원은 광주시의 평균임금 혹은 1차 협력업체 임금 수준을 고려해 적정임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줄어든 임금 비용을 투자재원으로 삼아 공장을 증설하고 이를 일자리 창출로 잇게 한다는 것이다. 작년 기준 광주시 평균연봉은 2990만원이었다. 반면 기아차 광주공장 평균연봉은 8500만원 정도다.

대신 연구원은 기업이 노조의 경영참여를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노동이사제(노조위원장의 이사회참여) 도입 ▷노사협의회의 강화 ▷자율적 작업팀 형성 등을 제시했다. 또 노동의 질 향상을 위한 ▷정규직 중심의 고용 ▷연공급이 아닌 숙련급ㆍ직무급형태로 임금체계 설계 ▷노동시간 단축 등도 포함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존 기아차 광주공장 체제가 아닌 별도 법인으로 새로운 공장을 세워 자동차를 위탁생산하도록 해야 한다는구체적인 실행방안도 나왔다. 적정임금이 도입된다고 해도 현 노조 체제 하에서는 임금협상을 거쳐 기존 노조가 받는 연봉 만큼 고스란히 신규 공장 근로자들 임금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도 이 점을 의식해 광주형 일자리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광주시는 기아차 노조, 광주경총, 전남대 등과 손잡고 현대차그룹을 설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추진방안을 연내 확정ㆍ발표할 계획이다. 고무적인 점은 기아차 노조 집행부가 작년 9월부터 광주 일대에 플래카드를 내걸며 광주형 일자리 지지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사측으로 참여한 광주경총도 지난달 말부터 광주형 일자리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 방송을 지역방송국에 내보내고 있다. 연구원 의뢰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광주 시민 500명 중 53%는 지금보다 초임을 낮추는 적정임금에 찬성했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해결할 부분이 많다. 우선 위탁생산 체제다. 박상모 기아차 지부 광주지회 정책고용실장은 “기아차 법인이라는 전제 하에선 논의할 수 있지만 위탁생산 방식의 일자리 창출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광주형 일자리가 확고한 시스템으로 자리잡기 위한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연구원도 “보다 구속력(binding)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이 ‘무엇’에 대해선 마땅한 솔루션이 없다. 광주시청 사회통합추진단 측도 “법이나 조례를 개정할 수 없기 때문에 노사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완벽한 콘텐츠를 마련하는 것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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